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1일 밝혔다.
정 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묻는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정 실장은 "재의요구권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인 동시에 의무, 책무"라며 "위헌이 분명한데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통령의 직무 유기"라고 했다.
정 실장은 "여야 합의로 특검법이 성안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대통령이 속해 있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한다면 이것은 또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정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선 수사 후 특검' 방침도 다시 강조했다. 그는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검이 도입되면 공수처 위에 또 다른 특검이 오는 '옥상옥'의 모양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며 "수사 결과를 보고 미진하다고 판단될 때 특검을 발의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정 실장은 야당이 주장하는 윤 대통령의 '격노설'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부임한 지 두 달가량 돼 그 내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실 어떤 관계자를 통해서도 대통령의 격노설이나 진노설 같은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을 6월 임시국회 기간 내 상정해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 특검에 정권을 흔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192석에 달하는 야당은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정 실장의 발언은 해병대원 특검법 등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사실상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