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컬리가 2015년 설립 이후 올해 1분기 첫 분기 흑자를 기록한 배경으로 꼽은 핵심 키워드는 'S.P.C.Q.'다. '선택받은 상품'(Selection), '합리적 가격'(Price), '편리한 쇼핑 경험'(Convenience), '우수한 품질'(Quality)의 약자다. 구체적으로 S는 소비자 개개인의 선호도를 겨냥한 큐레이션 서비스, Price는 직매입과 직거래를 통한 가격 경쟁력, Convenience는 최초의 새벽 배송 서비스 도입으로 마련한 편의와 편리성, Quality는 품질 우선의 서비스를 가리킨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컬리 매출은 53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5억257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4억원 증가했다.
컬리의 전체 거래액(GMV)은 지난해 1분기 대비 13% 늘어난 7362억원. 이 기간 운반비와 지급 수수료 등이 포함된 비용은 6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절감했다. 컬리는 이 같은 흑자에 힘입어 새벽배송 지역을 확장하고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속성 있는 수익구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잘 먹고 잘사는 일'에 진심이었다는 김슬아 컬리 대표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창업 전 맞벌이 부부였고 시간은 없지만 한 끼라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었다. 온라인에서 좋은 식자재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창업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생산자는 좋은 상품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고객은 걱정 없이 좋은 품질의 상품을 살 수 있는 유통 서비스를 만들기로 한 결과물이 컬리였다.
컬리의 차별화 역량은 '상품 큐레이션'에 있었다. 실제 마켓컬리는 제품 수를 늘리기보단 어떤 제품을 판매하는지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회사 측은 귀띔했다. 상품 상세 페이지에 상품의 특징과 유래, 관리법, 추천 레시피 등을 상세히 보여주는 콘텐츠를 업계 최초로 제공하기도 했다. 컬리 관계자는 "회사 설립 이래 현재까지 매주 대표를 포함한 상품기획자(MD), 마케터, 에디터, 물류 담당자 등이 참석해 70가지가 넘는 기준에 맞춰 상품을 심사하는 상품위원회를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최상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풀콜드체인'(full cold-chain) 시스템도 마련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 과정 온도 추적이 가능하고 냉장·냉동 운송이 가능한 풀콜드체인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외에도 구매와 매출, 프로모션 등과 관련된 여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반영해 지역별 주문량을 사전 예측하는 등 효율적 발주를 돕고 있다.
새벽배송의 효율성과 고객 편의성 강화를 위해 배송 권역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2021년 3월 김포 물류센터를 오픈한 데 이어 지난해 4월과 7월 각각 경남 창원과 경기 평택에 물류센터를 마련했다. 이런 신규 물류센터 구축에 힘입어 '컬세권'(컬리+역세권의 합성어)도 자연스레 커졌다는 설명. 컬리는 2015년 수도권을 중심으로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충청권과 대구, 부산, 울산, 양산, 김해, 창원 등으로 배송 지역을 넓히게 됐다. 지난 2월에는 국내 새벽 배송 서비스 기업 중 최초로 경주와 포항에 진출했다.
구매 고객이 늘자 멤버십과 배송 서비스도 강화했다. 지난해 8월 컬리는 업계 최저 구독료를 내세운 유료 멤버십 서비스 '컬리멤버스'를 출시했다. 컬리멤버스는 매월 이용료 1900원에 10배 이상 혜택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독형 멤버십. 수수료 기반의 판매자 배송(3P)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성장했다고 회사는 전했다. 3P 사업은 수수료 기반 상품 판매로 입점 시 상품 검증을 제외한 배송은 판매자가 배송하는 형태다. 이 사업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5배 성장했는데,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회사는 전했다.
컬리는 올해 신사업 발굴 등을 위한 투자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컬리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흑자 등 지속적 수익성 제고를 통해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강화했다"며 "구조적 개선을 통해 확보한 현금은 향후 성장을 위한 여러 가지 투자 활동에 사용할 것이다. 앞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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