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단백질 분해 기술 도입…"차세대 항암제 선점"

입력 2024-07-01 17:16   수정 2024-07-02 01:07


항암 분야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 항체약물접합체(ADC)를 이을 차세대 항암제로 표적단백질분해(TPD) 약물이 떠오르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기술 확보에 빠르게 나서고 있다. 암세포를 유도탄처럼 정밀 타격하는 ADC와 달리 TPD는 질병 원인 단백질 자체를 분해해 없애버리는 방식이어서 진일보한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한양행, 1700억원 들여 기술 도입
유한양행은 유빅스테라퓨틱스로부터 최대 1500억원 규모로 표적단백질분해(TPD) 약물 기술을 도입했다고 1일 밝혔다. 초기 계약금은 50억원이며 개발 단계에 따라 마일스톤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유한양행은 유빅스테라퓨틱스가 전립선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UBX-103’의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글로벌 독점권을 확보했다.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에 이전한 폐암 신약 ‘렉라자’처럼 유한양행이 제3자에게 기술이전할 경우 유빅스테라퓨틱스와 일정 비율로 수익금을 나눈다.

UBX-103은 전립선암 환자에게 많이 발현되는 단백질(안드로겐 수용체·AR)을 분해하는 약물이다. 내년 상반기에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허가당국에 내는 게 목표다. 회사 측은 동물실험 등에서 암 성장을 억제하는 효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가신약개발사업(KDDF)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TPD 약물이) 기존 치료법으로 치유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화학항암제 내성 극복할 대안
ADC는 유도탄처럼 정확한 위치에 화학항암제를 보내 암을 치료할 수 있어 항암치료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TPD는 화학항암제 대신 단백질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효소(E3 유비퀴틴 연결효소)를 전달한다. 질병의 원인 단백질을 완전히 분해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화학항암제가 노릴 수 없는 표적을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TPD가 ADC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TPD는 화학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 대안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보광 유빅스테라퓨틱스 대표는 “전통 신약은 표적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내성이 생기는 한계가 있다”며 “TPD는 일부 변이가 생긴 단백질에도 결합해 분해할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루츠애널리시스에 따르면 2024년 기준 TPD 시장은 6630억원 규모로 형성돼 있고 연평균 32%씩 성장해 2035년에는 9조59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보령·SK바이오팜 등도 개발 나서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허가받은 TPD 약물은 없다. 이제 막 개발 경쟁이 불붙기 시작한 단계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TPD를 차세대 먹거리로 잡고 개발 경쟁에 뛰어드는 배경이다.

제넥신은 국내 TPD 개발사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를 지난달 말 흡수합병하면서 TPD 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는 삼성종합기술원, TPD 분야 글로벌 선두주자 미국 아비나스 등에서 근무한 최재현 대표가 2021년 설립했다. SK바이오팜은 미국 TPD 개발사 프로테오반트사이언스(현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를 지난해 인수해 TPD 개발에 뛰어들었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 등과 함께 주력 분야로 삼고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테라는 지난해부터 보령과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MM) TPD 약물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TPD 약물의 기술수출 성과도 나왔다. 오름테라퓨틱은 지난해 말 다국적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를 약 2340억원에 기술이전했다.

■ 표적단백질분해(TPD)

Target Protein Degrader.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분해해 병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원인 단백질에 특수한 표식을 달아 몸속의 단백질 분해효소가 분해하도록 유도한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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