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공급 달리는데…수도권 사전청약 잇단 취소·지연

입력 2024-07-01 17:43   수정 2024-07-09 16:50

인천 서구에 이어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서도 사전청약 취소 단지가 나왔다. 정부가 최근 민간·공공부문에서 사전청약 제도를 모두 폐지했지만, 이미 사전청약을 진행한 단지들에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운정3지구 3·4블록 시행을 맡은 DS네트웍스는 지난달 28일 사전청약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사업 취소를 통지했다. 운정3지구 3·4블록은 총 944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단지다. 2022년 6월 804가구를 사전청약으로 받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운정역에 가까운 역세권 단지라 사전청약 당시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회사 측은 “최초 안내와 같이 본청약을 진행하고자 했지만 불가피한 이유로 사업 취소를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이달 둘째 주부터 별도의 페널티 없이 청약통장을 다시 쓸 수 있게 된다.

공사비 인상 등에 따른 사업성 악화가 사업 취소의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DS네트웍스는 당초 지난해 12월 본청약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단가 문제로 시공사를 구하지 못했다. 결국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납부해야 할 토지비를 연체하는 등 악재가 겹치며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민간 사전청약 단지가 사업을 취소한 건 지난 1월 심우건설(인천 서구 가정2지구)에 이어 두 번째다.

사전청약 단지들이 연이어 문제를 빚으면서 기존 당첨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사업 좌초, 분양 일정 지연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5월 사전청약 제도 자체를 폐지했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사전청약을 받아놓고 본청약을 기다리고 있는 단지가 45곳에 달한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사전청약 모집공고일로부터 본청약 입주자 모집공고일까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경기권의 한 사전청약 당첨자는 “사전청약에 당첨됐다가 사업이 취소되면 2년여간 본청약을 기다린 기회비용을 날리게 된다”며 “본청약 취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전청약을 포기할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간 사전청약을 받은 사업지 중 본청약을 실시한 건 한 곳뿐이다. 지난 4월 본청약이 예정됐던 공공분양 단지인 경기 군포 대야미 A2 신혼희망타운은 일정이 2027년으로 3년 미뤄졌다. LH는 이런 사실을 본청약 2주 전 당첨자들에게 통보해 논란이 됐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공공 청약 역시 일정이 지연되거나 분양가가 크게 올라 당첨자들과 LH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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