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은"…북촌 상인들 분노한 이유 [현장+]

입력 2024-07-01 19:28   수정 2024-07-01 23:34


"항상 집으로 올라가는 길이 붐벼서 정신없었는데 다행이네요. 진작에 시행했어야 해요." (서울 종로구 한옥마을 거주자 60대 한모 씨)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이 국내 최초로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과도한 관광객으로 인해 주민이 불편을 겪는 '오버 투어리즘'(Overtourism)을 막겠다는 조처다. 관광객 통행 시간을 제한하고, 전세버스 통행이 불가능한 구역을 지정한다. 그러나 특별관리지역 지정을 반기는 주민들과 달리 인근 상인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전국 최초의 '특별관리지역' 북촌...'주민'과 '상인' 의견 갈려
이번 특별관리지역 지정에 따라 북촌 한옥마을 내 정독도서관 북쪽 삼청동·가회동 일대인 북촌로11길은 '레드존'(집중관리구역)으로 정해졌다. 관광객의 방문 시간을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할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전세버스 통행 제약 구역을 정하고, 집중 모니터링 구획도 늘렸다. 종로구는 1일 이를 고시하고, 오는 10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본격적인 시행은 내년 3월로 예정돼있다.

1일 오후 3시께 방문한 한옥마을 내 북촌로11길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중국인, 일본인 등 국적도 다양했다. 이들은 인근 한복점에서 대여한 한복을 입고 한옥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또 골목 한쪽에 한데 모여 휴대용 마이크를 찬 가이드의 설명을 경청했다.


많은 관광객이 몰린 만큼 소음은 불가피했다. 관광지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큰 소리로 서로를 부르거나,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노란 조끼를 입고 있던 한 안내원은 다른 관광객들과 시끄럽게 떠들고 있던 한 중국인 관광객에게 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한옥마을 곳곳엔 '주민 거주지입니다. 소곤소곤 대화해주세요'. '(계단에) 올라오지 말아주세요'라는 팻말이 곳곳에 놓여있었다.

주민들은 이 같은 오버 투어리즘을 직접 겪어온 만큼 구청의 특별관리지역 지정을 반겼다. 이날 만난 한옥마을 거주자 60대 박모 씨도 "18년째 이곳에 살고 있다. 이 동네 사람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이 했다"며 구청의 조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다른 주민 한 씨는 "우리 집은 위쪽에 있어 좀 나은 편"이라면서도 "소음은 물론이고 아예 가정집 대문 앞에 털썩 앉아 쉬는 관광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종로구에 따르면 지난해 북촌 한옥마을을 찾은 방문객은 664만여명에 달한다. 반면 북촌 인구는 6000여명에 불과하다. 주민의 1000배 넘는 인원이 이곳을 찾은 셈이다. 또 다른 주민인 70대 이모 씨는 "유명 관광지가 돼 이곳 주민들에게 주는 혜택은 하나도 없다"며 "특별관리지역이 되면 최소한 지금보단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아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왜 그 부담을 한옥마을 주민들이 져야 하나"라며 "푯말 몇 개 세워놓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옥마을 인근 상인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상권이라고 해도 높은 임대료에 경쟁도 심해진 상황에서 매출이 하락할 수 있단 우려에서다. 특히 삼청동 카페거리는 한 거리에 20여개의 카페가 밀집된 곳으로, 주로 한옥마을을 관광한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들린다.


삼청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이모 씨는 "외국인 관광객이 70% 이상"이라며 "특별관리지역 지정 이후 손님 감소로 매출이 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10여년 간 임대료 때문에 카페 위치를 이 동네에서 두 번 옮겼다. 청와대 개방 이후 크고 작은 카페들도 많이 생겨서 경쟁도 심화했다"며 "한옥마을 근처에서 카페 운영하면 돈을 엄청나게 버는 줄 아는 데 결코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상인들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왔다. 가회동에 있는 한 한식당 매니저는 "주민들 피해는 이해하지만 이렇게 관광객 방문 시간을 딱 정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며 "오버 투어리즘이 문제라고만 하니 시민들과 지자체는 인근 상인들 상황엔 별 관심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에서 이제 막 벗어나고 있는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오버 투어리즘 무조건 제한, 그 다음 단계는 '상생'과 '분배'여야"
일각에선 오버 투어리즘 대책을 두고 상인과 주민들 간 의견 대립이 클 수 있지만, 보다 더 주민을 고려한 합의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혜가 주변 음식점, 카페 등에 집중되고, 주민들만 온전히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한옥마을 일대인 가회동 5통의 상업시설 32곳 중 건물주 거주지가 북촌인 경우는 25%에 그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유명 관광지 주민들을 피해를 감내하려면 이에 따른 반대급부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 지금까진 주민들의 희생만 강요해온 측면이 있다"며 "오버 투어리즘 대책의 초기 단계는 '방문 제한'이지만, 주민과 상인이 상생하려면 그 지역 주민들에게도 관광객 증가 효과가 체감될 수 있도록 정책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여러 차례 공청회를 통해 주민과 상인들 의견을 경청했다"며 "특별관리지역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후 생길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버 투어리즘 문제는 비단 한옥마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모두 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일본 후지산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최근 입장료를 3배 올리고, 방문객을 4000명으로 제한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지난해 4월부터 세계 최초로 도시 입장료 5유로를 받고 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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