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여아 앞에서 바지 내린 男…치매 있어도 '유죄' 왜?

입력 2024-07-01 21:37   수정 2024-07-01 21:38


일면식도 없는 4세 아동에게 다가가 바지를 벗고 음란행위를 한 남성이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정재욱 부장판사는 공연음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3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24일 오전 10시경 경기 화성의 한 건물 1층 출입문 앞 복도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4세 피해아동 B양에게 다가갔다. 이후 바지 지퍼를 열고 손으로 자신의 중요 부위를 꺼내 만지는 등 음란행위를 이어갔다.

변호인은 A씨가 성적 목적이 없었고 고령의 나이에 치매를 앓아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판사는 "A씨가 경찰관과 전화통화에서 '죄송하다, 실수한 것 같다'고 진술했고 수사기관 조사 당시에도 '남대문을 내려 성기를 꺼냈고 벽을 보고 행위를 하다 나중에 빵집 앞에 있던 아이를 향해 했다'고 진술한 사정에 비춰 보면 A씨는 자신의 행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주변에 여러 사람이 다니고 있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는데도 4분 정도 성기를 노출해 잡고 있었던 것은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며 "A씨가 과거 뇌출혈로 2차례 수술을 받고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진술 등에 비춰 볼 때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태에 이럴 정도로 인지 기능이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는 없고 고령으로 치매를 알고 있는 점, 재범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가족과의 유대관계가 분명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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