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의 65%에 대해 단 한 개의 기업 분석 리포트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보고서 외에는 제대로 기업에 대한 투자 정보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투자'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올 상반기 최소 한 번 이상 리포트를 발간한 상장사는 총 933곳으로 전체(2685곳)의 34.7%로 집계됐다.
이중 코스피는 379곳(39.7%), 코스닥은 554곳(31.9%)인 점을 감안하면 증권사 리포트가 한 번도 안나온 곳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60.3%, 68.1%에 달한다. 코스닥의 경우 기업 100곳 중 68곳이 투자 정보와 외부 평가를 알기 어려운 '깜깜이' 투자 대상인 셈이다.
대형주 쏠림 현상도 나타났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에 대한 기업 분석 보고서는 127건으로 전체 기업 중 가장 많았다. 이어 SK하이닉스(102건), NAVER(97건), 현대차(88건), 기아(82건) 순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미 증시에서 엔비디아 투자 열풍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이슈가 겹치면서 평년 대비 리포트가 더 쏟아져나왔다.
현대차와 기아는 연초부터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소식에 수혜주로 지목되면서 관심을 많이 받았다. NAVER와 카카오(81건)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반면 사업 전망 둔화 우려에 주가 하락폭이 큰 만큼 배경 관련 리포트가 많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2차전지 투자 열풍으로 주목받았던 LG에너지솔루션(73건), 삼성SDI(65건), POSCO홀딩스(59건) 등은 사업 전망 둔화에 보고서 개수 역시 5~23개씩 줄었다.
코스닥시장에선 엔터주들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관심을 받았다.
CJ ENM과 에스엠은 올 상반기 각각 54건과 44건의 기업 분석 보고서가 발간돼 가장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JYP엔터테인먼트(38건, 6위), 스튜디오드래곤(37건, 7위), 와이지엔터테인먼트(27건, 13위) 등도 상위에 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서 엔터주를 제외하면 HK이노엔(41건, 3위), 에코프로비엠(39건, 4위), 카카오게임즈(38건, 5위) 순으로 많은 보고서가 나왔다.
기업분석 리포트의 담당(커버) 범위가 넓지 않은 배경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인력난으로 시가총액이 크거나 관심이 쏠리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낼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0년 1575명이던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수는 지난해 1082명으로 31.3% 감소했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유튜브나 텔레그램 등 종목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나면서 증권사 분석 보고서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리포트 부족 현상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분석 보고서의 본질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증권사가 영업을 하기 위해 만드는 참고 자료"라며 "아무래도 기관 수요가 중소형주보다 대형주에 있다보니 사업 규모가 크거나 실적 전망이 우수한 기업을 중심으로 보고서가 발간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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