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장서 삐라 집어던진 北…40년 전에도 고성·막말 오갔다

입력 2024-07-02 16:16   수정 2024-07-02 16:20


"이게 뭐야! 이게, 이거 보라!(삐라를 내던지며)" "누구한테 무례한 짓을 하고 있어!"

대남 오물풍선과 대북 전단·확성기로 심리전을 벌이고 있는 남북한이 40년 전에도 대북 전단(삐라)을 두고 설전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는 1981년 1월~1987년 5월까지의 인도주의 협력과 체육분야 남북회담문서가 담긴 1693쪽 분량의 남북회담사료집을 2일 공개했다. 2022~2023년 총 네 차례에 이어 이번이 다섯번째 남북회담문서 공개다.

사료집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4년, LA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단일팀 구성을 논의하는 체육회담이 열렸다.

바로 직전 해인 1983년 전두환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버마 아웅산 묘소 폭파 사건이 발생했는데, 우리 측 수석대표였던 김종규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1984년 4월 열린 1차 회담에서 이 사건에 대한 북한 측의 사죄와 필요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 사건이 남한의 자작극이라며 적반하장으로 맞섰다.

남한은 배우 최은희와 영화감독 신상옥의 강제 납북 사건에 대해서도 북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1978년 1월 김정일의 지시로 영화배우 최은희가 납북되고 최은희를 찾으러 왔던 신상옥 감독까지 납북된 사건이다. 다만 북한은 이에 대해서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북한은 그러면서 남한이 판문점 일대에 삐라를 뿌리는 '도발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남측을 비난했다. 1984년 5월 열린 3차 회담에서 북측 대표는 "이게 뭐야, 이게! 이거 보라!"라고 외치며, 챙겨온 전단을 남측 대표를 향해 던졌고, 우리 측 대표는 "누구한테 무례한 짓을 하고 있어!"라며 전단을 되던졌다.

회담장에선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 사료집에 따르면 북측 대표들은 우리 측 대표가 발언하는 도중에 우리 측 대표에게 성냥갑을 던지기도 했다. 사료집에는 "북한기자들까지 합세해 기물로 책상을 계속 두드리고 우리측 대표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고 쓰였다. 결국 회담 내내 팽팽한 대치만 이어졌고, 북한이 다른 공산권 국가의 LA올림픽 보이콧 결정에 합류하면서 아무런 성과 없이 회담은 막을 내렸다.

이번 사료집에는 민족화합민주통일방안 발표(1982년 1월), 전두환 대통령 암살을 기도한 버마 아웅산 묘소 폭발사건(1983년 10월) 및 북한의 3자회담 제의(1984년 1월), 남북한 체육회담(1984년 4~5월), 남북한 수재물자 인도·인수(1984년 9~10월), 제8~10차 남북적십자회담(1985년 5∼12월), 남북 이산가족 고향방문 및 예술공연단 교환(1985년 9월) 진행 과정과 회의록 등·이 포함됐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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