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위해 보수적 기업문화 완전히 바뀌어야"

입력 2024-07-02 16:51   수정 2024-07-03 15:27

"기업 밸류업을 위해서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이해관계자들, 특히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자 하는 준비가 이루어져야 밸류업 프로그램의 목표대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난달 26일 열린 서울 ESG 투자 컨퍼런스의 '기업 밸류업을 위한 패널 토의 세션'에서 오지헌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이 같이 말하며 기업 밸류업을 위한 보수적인 기업 문화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패널 토의 세션은 문성후 법무법인 원 ESG센터장(고문)의 사회로 백재욱 대신경제연구소 대표, 오지헌 법무법인 원 변호사, 패트릭 로자리오 무어 홍콩 매니징 디렉터가 참여했다.

소통 적은 보수적 기업문화 확 바뀌어야

오 변호사는 이해관계자들이 만나는 미팅 속 갈등을 피하기 위해 소통하지 못했던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변호사는 "투자자 기업을 대리해서 국내 기업에 레터를 보낸 적이 있었는데, 영어로 온 문서에 대한 피드백이 적극적이지 않았다"라며 "연기금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적극적이지 않은 이런 문화를 조금 바꾸어야 밸류업 프로그램의 목표대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백재욱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는 밸류업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국내 주주들이 침묵해온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 대표는 "지배주주들의 경영권이 공고한 상태에서 내가 목소리낸다고 바뀌지 않겠지 하고 목소리 내지 않는 기관투자자들, '침묵하는 주주'들이 많았다"라며 "최근에는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이후 주총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국민연금도 ESG투자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관여활동을 하며 바뀌고 있다"고 최근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어 "소액투자자들도 1400만명이 넘었다"라며 "온라인 플랫폼들이 도입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되어 가고 있는데, 투자자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도록 되고 있고 그렇게 가야만 한다"고 짚었다.

투명성 높이는 제도적, 자발적 노력 필요

이날 사회를 맡은 문 고문은 "원래는 기업의 밸류업은 회사의 것이지 정부의 것이 아니라고 배웠는데, 밸류업을 위해 각 플레이어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는 제언을 던졌다. 패트릭 로자리오 무어 홍콩 매니징 디렉터는 "홍콩에서의 경험을 들자면, 정부기관에서는 기업의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고 홍보하고 기업에 이행시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자리오는 "그 시장만의 문제를 개선해야 되는 필요가 있는데, 예를 들면 홍콩은 가족 소유 대기업이 많다. 이런 가족 소유 대기업에서 작은 지분으로 특수관계자를 이용해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것들이 소액주주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며 "이제는 이러한 거래에 대해 단속을 하고 처벌을 강화했으며, 적극적으로 투명성을 제고하게 하고 공시를 강화하였는데 이는 하나의 솔루션만으로 되지 않고 규제당국, 증권거래소, 학계, 그리고 ESG 엔지니어 등이 다각도의 접근으로 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그는 "투명성이 높아지도록 문화를 개선시키는 게 중요하고, 그 다음에 시장이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라며 "투명성이 높아지게 되면 어떤 문제를 그렇게 되도록 승인한 과정 등에 대해 알려질 것이고, 그 다음에 시장이 결정하게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밸류업 추진에 대한 인센티브가 어떤 것이 있을지 묻자 백 대표는 "흔히 거론되는 인센티브가 배당소득분리과세라든지 지배주주의 승계가 완료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상속세제를 개편한다든가 하는 논의들이 있다"라며 "다만 정책에 있어서 정권이 달라지고 일관성이 흔들린다면 시장이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 상법은 소수주주 보호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인 뒷받침은 있다고 본다"라며 "투자자와 기업들이 정책에 의존하지 말고 제도를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조속한 ESG 공시 도입해야

ESG 공시는 그렇다면 기업의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토의에 참여한 패널들은 ESG 공시가 조속히 자리잡아야 한다고 보았다.

로자리오는 홍콩의 사례를 들며 ESG 공시의 준비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2015년에 홍콩에서 에너지 사용량, CO2발생량, 폐기물 발생량, 근로자 및 공급망 등 ESG 공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몇년 뒤 의무화를 예고했다"라며 "다만 홍콩 상장기업 중 500개 정도는 준비돼 있지만 2000개 기업은 아직 공시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최근에도 기업들이 ESG 공시 의무화를 늦춰달라는 의견을 공청회나 포럼 자리에서 하고 있는데, 기업들의 어려운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ESG 공시 의무화가 늦춰지면 기업들의 준비 수준이 높아지기보다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효과만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원래 계획대로 가는 것이 기업의 준비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ESG 공시의 경우 데이터가 거짓데이터냐 아니냐 데이터의 신빙성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워싱이슈 등이 따라붙을 수 있는데 선행해서 경험해 어떤 분쟁이 있을지 미리 익혀 보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ESG 정보들이 자칫 잘못 관리되거나 허위공시가 됐을 때 국내뿐 아니라 해외투자자들이 연결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기억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 고문 역시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주기 위해 공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특히 ESG공시에 대한 기간을 특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기업의 예측가능성 제고의 측면에서 공시는 시기가 얼른 픽스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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