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온다"…美장기채 ETF 우수수

입력 2024-07-02 17:42   수정 2024-07-03 00:24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시름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 국채 금리가 급등(채권 가격은 하락)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재정지출 확대 기조에 따라 국채 발행이 증가하고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최근 1주일 동안 3.7% 하락했다. 지난달 3.8% 상승하며 오름세를 보이다가 최근 국채 금리 급등세에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1일(현지시간)에는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0.09%포인트 오른 연 4.65%에 마감했다. 지난 5월 31일 이후 최고치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반대로 채권 가격은 떨어져 ETF 수익률이 하락한다.

감세 정책을 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세금을 낮추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정책을 폈다. 이는 재정적자 확대로 이어지고 결국 국채 발행 증가와 국채 금리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자신이 도입한 ‘감세와 일자리 법(TCJA)’을 연장할 방침이다. 그가 내세우는 보호무역주의도 관세 인상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미 장기채 ETF를 약 1조원어치 순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하반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에 장기채 ETF를 대거 사들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국채 금리 오름세가 진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한 2017년 경험을 토대로 막연하게 그의 재집권을 금리 상방 압박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TCJA로 인한 4조달러 규모의 재정적자는 10년에 걸쳐 발생하는 만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연 4.5% 내외는 (미 장기채를) 매수하기 좋은 구간”이라고 말했다.

위험 헤지(방어) 차원에서 물가연동국채(TIPS)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TIPS는 채권 원금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물가 상승기에 채권의 가치를 보전해준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과 관련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TIPS를 소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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