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中 제치고 'LFP 배터리' 첫 수주

입력 2024-07-02 17:38   수정 2024-07-03 00:35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르노에 공급한다. 4조~5조원에 달하는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CATL, 비야디(BYD) 등 중국 배터리셀 제조사들이 장악한 중저가 시장에 국내 업체가 본격적으로 참전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최대 5조원 규모 공급 예상

LG에너지솔루션은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노 본사에서 르노 전기차 부문인 암페어와 39GWh 규모의 파우치형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59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공급 기간은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5년간이다. 계약 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4조~5조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 르노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적용한 준중형 전기차를 2026년께 생산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르노에 공급할 배터리셀에 들어가는 LFP 양극재는 중국 상주리원에서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회사와 지난 2월 양극재 16만t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만큼 저렴하게 원료를 조달할 수 있는 중국 공급망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수주는 르노를 비롯해 유럽연합(EU), 미국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원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LFP 양극재를 활용해 전극을 생성하고 셀로 완성하는 기술을 10여 년 전에 완성했다”며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건 고객사가 에너지 밀도 등을 이유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완성차, “한국산 LFP 배터리 원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도입,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EU 시장을 장악하면서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4일부터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10%에서 최대 38.1%로 높이기로 했다. 이들 전기차엔 대부분 중국산 배터리가 장착되는 만큼 중국 배터리에 대한 견제 효과도 있다. 국내 배터리셀 제조사에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체 셀 제조 기술에 중국 CATL이 개발한 셀투팩(CTP) 공정을 적용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셀투팩은 모듈이 들어갈 자리에 셀을 더 넣을 수 있도록 설계한 공정 기술이다. 그만큼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파우치형에 CTP 공정을 적용하면 중국의 각형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5% 높게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해 CATL 기술을 따라잡은 것이다.

르노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적용해 2026년부터 기존보다 배터리 원가를 20%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전기차와 현지 시장에서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 외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LG에너지솔루션에 LFP 배터리를 납품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공장 가동률 올라갈 듯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공장(약 연 90GWh)에서 르노의 유럽 공장에 배터리를 납품할 예정이다. 최근 유럽 전기차 판매 저하로 가동률이 절반가량으로 추정되는 폴란드 공장의 생산라인을 더 돌릴 수 있게 됐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8~9%포인트가량 가동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수주는 CATL 등 중국 배터리 기업이 대부분 장악한 LFP 배터리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이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치열한 격전지인 유럽을 필두로 글로벌 LFP 배터리 수주를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호주 리튬광산업체 라이온타운과 대규모 리튬 정광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15년간 175만t의 리튬을 공급받는다. 고성능 전기차 500만 대분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는 리튬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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