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추락한 임금 지급 능력을 고려해달라’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업계의 호소는 또 한 번 허공의 메아리로 흩어졌다. 경영계는 음식점업,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 등 최소한의 업종만 차등 대상으로 제시했다. 음식점업은 종업원 1인당 창출 부가가치가 제조업의 20.7%에 불과하다. 택시 편의점도 사정이 비슷해 차등화가 필수지만 막무가내식 노동계 반대에 또 좌절됐다.
노동계가 반대 논리로 앞세운 ‘낙인 효과’는 납득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비중은 업종에 따라 최대 41.2%포인트까지 차이 난다. 누구나 이런 임금 격차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낙인 효과 거론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 선진국에선 최저임금보다 더 많이 주는 방식으로 구분 적용한다는 노동계 주장도 오해이거나 왜곡이다. 스위스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하향식 차등화를 시행 중이다.
차등화의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올해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65.8%까지 높아졌다. 상한으로 간주되는 60%를 한참 웃돈다.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90%에 육박한다. 자영업자 네 명 중 한 명(25.4%)은 최저임금 수준인 월 206만740원도 못 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노동계는 지금 최저임금으로도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데 차등화가 웬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올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주휴수당 포함)으로 서울시 지방직 9급 공무원(181만5070원)보다 많다.
정부의 의지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수차례 차등화를 약속했지만 3년째 협상 기회를 흘려보냈다. 이번 심사 과정에선 경영계의 차등 적용 관련 자료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러고도 노동개혁을 국정 핵심 과제라고 말할 자격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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