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파업으로 유진, 삼표, 아주 등 국내 주요 레미콘업체의 출하량은 평소 대비 1~10% 수준으로 줄었다. 제조사들은 회사 직영차와 용차(대여 차량) 운영을 통해 일부 공장을 가동했지만 이마저 레미콘 운송노조 기사들이 공장 앞을 막아서 출하에 차질을 겪었다. A사 관계자는 “전날까지 휴업에 참여하지 않은 운송기사 등을 통해 건설 현장에 납품했지만 파업 참가자들의 조직적인 방해로 이런 우회 경로도 막혔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 건설 현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등이 공사 중인 서울 지역 아파트 공사 현장 60곳 중 40곳은 이날 레미콘을 조달받지 못해 공사가 중단됐다. 가구 수로는 약 5만 가구로 추산된다.
하지만 제조사 측은 단체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조사들은 수도권을 14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운송단가 협상을 하겠다고 맞섰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안에서도 현장에 따라 상황이 제각각인데 일괄적으로 똑같이 인상할 수는 없다”고 했다.
최근 고용노동부 산하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레미콘 운송노조를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업계는 정부 판단을 근거로 제조사와 운송사업자가 개별적으로 도급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레미콘 운송노조와 제조사 측은 이날 현재까지 협상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한편, 레미콘 운송노조는 전국 레미콘 차량 2만5000여 대 중 약 1만3000대 사업자들이 조직한 모임이다. 레미콘 트럭을 보유한 개인사업자들 모임이지만, 특수고용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이 중 수도권 운송기사는 총 1만1000명 규모고 이 가운데 8400여 명이 레미콘 운송노조(76%)에 가입해 있다.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믹서트럭 운전기사는 월평균 소득이 790만원이다. 월평균 100회를 돌고, 거리수당(월평균 56만원)과 기타 보조수당(월평균 37만원)을 더하면 믹서트럭 기사 처우는 억대 연봉에 준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각 기사는 자신의 믹서트럭을 갖고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는 만큼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다. 하지만 노조 측은 운송기사가 한 업체와 계약하면 그 업체가 폐업하기 전까지 종속되는 만큼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레미콘 운송기사는 임금노동자라기보다 개인사업자 성격이 매우 강하다”고 결론냈다.
최형창/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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