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대리인이 협상하는 방식의 현행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구분(차등) 적용이 무산된 소식을 전해 들은 전직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매년 소모적 논쟁을 반복하는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 개편을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대와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는 낡은 최저임금위원회의 틀을 전반적으로 손볼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과거 고성장 호황기에는 이런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으로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임금 상승률이 최저임금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가 본격화된 상황에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수준을 가파르게 끌어올리면서 사회 곳곳에서 최저임금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적지 않은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이런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2019년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주먹구구식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최저임금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나눠 이원화하고 구간설정위를 국회에서 뽑은 전문가로 구성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야당으로 돌아선 이후 이런 제도 개편안에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이해관계자 집단이 위원을 추천하는 현행 방식 대신 최저임금을 받는 당사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 공익위원으로 위원들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기술(IT) 혁신 등으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노동 형태가 등장했는데, 여전히 산업화 시대 공장 노동을 기준으로 한 시급 형식의 최저임금 제도는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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