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위해 3일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각료들이 40여분 만에 퇴장했다. 의원들의 질문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해병대원 특검법 처리 강행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며 대정부질문 자체가 무산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은 고금리·고물가로 고통받는데 의원들이 경제 현안을 파악할 최소한의 기회도 걷어찼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왜 민주당이 시키는 대로 의사진행을 하느냐”며 “앞으로 의사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해병대원 특검법을)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해 대정부질문을 사실상 무산시켰다”며 “21대, 20대 국회에서는 대정부질문 중 법안을 상정해 강행 처리한 전례가 없다. 왜 헌정사를 새로 쓰려고 하냐”고 비판했다. 본회의장에 참석한 여당 의원들도 우 의장을 향해 “사퇴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법안 상정과 함께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서 우 의장은 한 총리 등 국무위원들을 퇴장시켰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박쥐”라며 우 의장을 조롱했다. 첫 번째 무제한 토론 주자로 나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여야 합의로 특검을 추진해 온 전례를 배제하고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법안”이라며 “삼권분립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위기 상황인데 국회가 정쟁으로 점철되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대정부질문은 22대 국회에서 이틀간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은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발언에 여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중단됐다. 김 의원이 ‘한·미·일 동맹’ 표현을 지적하며 “정신 나간 국민의힘”이라고 하면서다.
이날도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이 이뤄지지 못했다.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이 파행되면 순서가 밀리지 않고, 바로 다음 순서인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고물가 등 민생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많고 반도체업계에 대한 위기의식도 상당한데 정쟁으로 질문하지 못하는 것이 참담하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