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이겨낸 공무원, 회식 후 일하러 돌아가다 참변

입력 2024-07-03 08:34   수정 2024-07-03 08:35



시청역 교통사고 참사로 사망한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역주행 차량 사고로 사망자 9명을 포함해 총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사망자 중 한명인 고(故) 김인병(52)씨는 역경을 딛고 9급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참사 당일 회식 사무실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다 뺑소니 택시에 치여 한쪽 눈을 실명했다. 하지만 불편한 눈으로 공부해 9급 세무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5급 사무관까지 승진했다. 그의 마지막 직책은 서울시청 청사운영1팀장이었다.

김씨는 서울시 재무국 38세금징수과에서 체납 세금을 징수하며 '좋은 나라 운동본부' 등 TV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올해 초 청사운영팀장으로 발령받았고, 매일 시위가 열리는 청사 앞을 관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서울광장에 차려졌던 이태원참사 분향소 이전과 야외 밤 도서관 행사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고 당일 김씨가 속한 팀이 '이달의 우수 팀'과 '동행매력협업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날 저녁 식사는 수상 축하 회식이었던 것.

김씨와 동료들은 인근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시청으로 돌아가 남은 일을 하려다 변을 당했다. 김씨와 식사한 윤모(31)씨 또한 숨졌고 또 다른 직원은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 옮겨졌다.

한편 경찰은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후 인도로 돌진해 9명을 숨지게 한 60대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 운전자는 현재 경기도 안산 소재 버스회사에 소속된 시내버스 기사로, 40여년 운전 경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A씨가 도주를 시도하지 않았으며, 음주 측정과 마약 간이검사를 한 결과 음주나 마약 흔적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추가 조사를 위해 채혈을 했다고 전했다.

A씨가 운전하던 제네시스 차량이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후 일방통행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다 왼편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숨졌다.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와 아내, 보행자 2명, A씨 차량이 들이받은 차량 2대의 운전자 등 6명이 다쳤다. 당초 사고 직후 부상자는 운전자를 포함해 4명으로 집계됐으나 A씨가 들이받은 BMW, 소나타 차량 운전자 2명이 추후 경상자로 추가되면서 사상자는 사망 9명, 부상 6명 등 총 15명으로 늘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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