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다른 서비스 혜택을 준다고 해도 요금제가 너무 고가여서 굳이 가입할 것 같진 않네요."
KT를 11년째 이용 중이라는 직장인 김수빈(27) 씨는 신규 요금제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조금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서 혜택을 많이 준다 해도 어차피 다 볼 시간도 없다"며 "어차피 OTT를 여러 명이 공동구매하고 있어 4000원대에 보고있고 OTT 하나를 꾸준히 보기보다 그때그때 보고 싶은 콘텐츠에 따라 옮겨 다니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이 OTT 구독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소비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가입자들을 중심으로 체감 혜택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국내외 대표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웨이브를 결합해 가입자에게 최대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우주 패스 넷플릭스' 구독 상품을 신규 출시했다. 5G프리미엄(월 10만9000원), 프라임플러스(월 9만9000원). 프라임(월 8만9000원) 등의 요금제에서 구간에 따라 무료 또는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KT도 이달 1일 요금제 하나로 세 가지 혜택을 제공하는 '티빙·지니·밀리 초이스'를 새롭게 출시했다. 이는 기존 '티빙·지니 초이스'와 '티빙·밀리 초이스'의 장점을 합치고 가격을 유지해 상품성을 높였다. 요금제에 따라 티빙 스탠다드(1만3500원)와 티빙 베이직(9500원)이 기본으로 제공되며 세 가지 초이스 모두 지니뮤직과 밀리의 서재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7만여건의 인기 콘텐츠를 제공하는 IPTV에서 구독 상품 '유플레이(Uplay)'를 출시해 OTT 상품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5G시그니처(월 13만원), 프리미어 슈퍼(월 11만5000원)·플러스(월 10만5000원) 등의 요금제에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유튜브 프리미엄 등의 OTT 서비스 중 하나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아이들나라', '바이브', '유플레이' 등의 서비스 중 하나를 추가로 제공한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월 9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를 가입해야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데 대한 불만도 있다. 각 이통사들이 비싼 요금을 합리화 하기 위해 음악감상, 독서뿐 아니라 웹소설 이용권 등 부가혜택을 추가로 제공한 것도 보여주기식 혜택을 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SK텔레콤에서 출시한 '우주 패스 넷플릭스'의 경우 넷플릭스뿐 아니라 웨이브 컨텐츠 팩도 하나로 묶여있기 때문에 OTT 두 개를 강제로 구독해야 하는 형태다. 넷플릭스도 일반 요금제가 아닌 5500원짜리 광고형 스탠다드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경우 월 7만원 이하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가입자의 경우 불필요한 혜택을 추가로 받기보다 기존에 사용하던 저렴한 요금제에 OTT를 따로 구독하는 형태가 경제적이다.
일부 가입자들은 오히려 여러 가지 상품이 합쳐지면서 기존에 누리던 체감 혜택이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 8만9000원 5G프라임 요금제를 사용한다는 SK텔레콤 가입자 조 모씨(31)는 "현재 웨이브나 플로 중 하나를 70% 할인해주는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웨이브와 플로 둘 중 하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줬다"면서 "지금은 할인권에 추가 데이터를 3GB 정도 주고 있지만 기본 제공데이터가 무제한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차라리 추가 데이터를 지급하지 않고 예전처럼 무료 혜택을 줬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2021년 5월부터 ‘웨이브 앤 데이터’에 가입할 경우 '웨이브 또는 플로 무료’ 혜택을 '70% 할인' 혜택으로 변경했다.
또한 이통3사 모두 최소 월 9만원 이상 요금제를 가입해야 OTT 서비스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월 10만9000원짜리 프리미엄) 요금제를 사용해야 넷플릭스와 웨이브가 묶인 상품을 무료로 쓸 수 있다. 월 9만9000원짜리 프라임플러스 가입자는 2100원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KT의 OTT요금제인 초이스 베이직·스페셜·프리미엄도 최소 월 9만~13만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KT는 현재 월 6만원대 요금제에도 티빙 무료 제공 혜택을 주고 있지만 이는 올해 12월 31일까지만 유효하다. 게다가 콘텐츠를 볼 때마다 광고를 봐야 하는 '광고형 스탠다드(5500원)' 상품을 이용해야 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월 10만5000원짜리 요금제(5G 프리미어 플러스)부터 티빙,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의 무료 혜택이 적용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에 시달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통사들이 추가 서비스를 제공 등으로 생색내기를 하기보다 통신 요금을 대폭 할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며 "OTT 서비스의 경우 가격이 인상된다고 해도 계정 공유 등의 서비스를 통해 어느 정도 금액을 아낄 수 있는데 통신비는 온전히 홀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 요금을 구성하고 책정할 때 OTT뿐 아니라 데이터, 부가서비스 등 여러 가지를 따져보고 설계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체감 고가 요금제라고 느끼더라도 기존에 마련돼 있는 요금제가 장기적으로 더 경제적일 수밖에 없다"며 "현재 소비자 트렌드나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산업 전반을 다 따져 가장 만족할 만한 혜택을 구성하기 위해 각 통신사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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