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9명이 발생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를 수사중인 경찰은 동승자인 운전자 아내를 참고인 신분으로 첫 조사를 했다. 사고 원인을 제동장치 불량으로 지목하면서 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 부부가 일관적으로 ‘급발진’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경찰은 물증을 확보하는 등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3일 “차량의 속도·급발진·제동장치 작동 여부 등에 대해 (사고) 차량을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 의뢰했다”고 밝혔다.
운전자 차모 씨(68)와 아내 B씨 등은 경찰에 급발진을 계속 주장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급발진이 아니란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급발진의 경우 차를 멈추기 위해 가속 페달이 아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차씨가 사고 직전 가속 페달을 90% 이상 밟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남대문경찰서 측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해 차량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와 지하주차장 출입구 언덕 턱부터 가속했다”며 “가해 차량이 일방통행로에 진입했고 당황한 나머지 가속 페달을 밟았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가해 차량 운전자인 차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사고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사고 차량이 역주행할 때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브레이크등은 다른 장치를 거치지 않고 브레이크와 바로 연결돼 페달을 밟으면 바로 점등되는 구조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타이어가 지면에 마찰하면서 생기는 자국인 ‘스키드마크’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부동액이나 엔진오일 냉각수 등 유류물 자국만 남아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경찰은 경상자 1명이 추가됐다고도 밝혔다. 이에 사상자는 사망 9명, 부상 7명 총 16명으로 늘었다. 해당 피해자는 사고 직후 다른 피해자 병원 후송 시 동행해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일방통행 구간인 사고 장소의 역주행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노란색으로 ‘일방통행’을 표시하는 등 가시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서울시와 협의해 사고를 예방할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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