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시청역 인근 역주행 운전자 A(68)씨가 사고 직후 회사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급발진이다. 아유 죽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다니는 경기 안산시 모 버스회사 동료 B씨는 3일 연합뉴스에 “사고 직후 A씨와 두차례 전화 통화를 주고받으며 사고 내용을 들었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인 지난 1일 오후 9시 45분께 A씨가 B씨에게 걸어 짧게 통화했고, 곧이어 B씨가 A씨에게 걸어 사고 상황을 다시 물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B씨는 “A씨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차를 몰고 나오는데 갑자기 차가 ‘우두둑우두둑’ 소리를 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후 차가 앞으로 튀어 나가기 시작한 뒤 점점 빨라졌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했다”면서 “브레이크가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B씨는 “사고가 나고 조금 있다가 A씨가 전화해서 급발진, 급발진, 아유 죽겠다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이 나간 와중에도 끝까지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A씨가 회사에서 일하면서 사고 한번 없었고 운전도 잘하는 편이었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아내와 함께 제네시스 G80을 타고 서울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한화빌딩 뒤편 일방통행 도로인 세종대로18길을 200여m 역주행해 가드레일과 행인을 들이받은 뒤 차량 2대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숨졌다.
A씨는 사고 직후 경찰에서도 차량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운전자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운전자 과실, 급발진 여부 등 여러 가지 사고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1974년 버스 면허를 취득한 A씨는 지난해 2월 3일 안산의 버스회사에 촉탁직으로 입사해 20인승 시내버스를 운행해 왔다. 이 전에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서울에서 버스 기사로, 1993년부터 2022년까지는 트레일러 기사로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종현 한경닷컴 뉴스국장 screa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