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같아"…실존 정치인 묘하게 닮은 '돌풍'

입력 2024-07-03 20:00  



넷플릭스 오리지널 '돌풍'이 현실 정치를 꼬집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렸다. 권력을 향한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두 인물 박동호(설경구 분), 정수진(김희애 분)의 격정적인 대립 속에 실존 정치인들을 연상케 하는 세밀한 묘사와 "거짓을 덮는 건 더 큰 거짓"이라는 비열한 정치 세계를 보여주면서 몰입도 높은 작품이 탄생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돌풍'을 쓴 박경수 작가는 SBS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까지 '권력 3부작'으로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어디서 본 듯한, 현실을 옮겨놓은 촘촘한 캐릭터 설정과 사회 구조의 부조리를 꼬집으며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선보였던 박 작가가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그려냈다.

'돌풍'에서도 벌써 주요 캐릭터들이 현실의 정치인 누군가와 닮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정 1인이 아닌 유명 정치인들의 이모저모를 따왔다는 분석도 있다.

초심을 잃고 타락해 버린 대통령 장일준(김홍파 분)은 인권변호사 출신에 노벨평화상을 받는 쾌거를 얻었지만, 아들이 부정적인 방법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심지어 마약까지 손을 댔다는 설정이다.

그런 장일준에게 하야를 요구했다가 되려 누명을 뒤집어쓰고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박동호는 뚝심 있는 검사였다가 정계에 입문해 대통령의 위치에까지 오른다. 하지만 그의 최후는 여전히 국민들에게 충격으로 남아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박동호의 대항마이자 '장일준의 왼팔'로 불리던 경제부총리 정수진은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의 연관성이 언급되고 있다. 정수진은 운동권 출신으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에서 문화선전국장으로 활동하면서 당시 의장이었던 남편 한민호(이해영 분)을 만난다. 이후 남편은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설정 등이 흡사하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공안검사 출신이자 태극기 부대를 움직이는 보수성향 야당 대표, 곳곳에 자신의 라인이 있지만 정작 대권 완주하지 못한 여당 대표 등도 특정 누군가가 아니더라도 여러 인물이 혼합된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이 인물들이 펼치는 정치 다툼이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부패한 정치권력에 맞서는, 절대 선과 악,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아닌 각자가 생각하는 신념과 정의를 위해 미친 질주를 이어가는 이들의 행동은 위험하고 대범하지만 소름 돋는 현실을 보여준다.

눈만 마주쳐도 죽일 듯 으르렁거리지만,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언제든 다른 편과 손을 잡는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거짓말은 물론 여론과 증거를 조작하고, 협박하며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다. "진실은 늦다"면서 거짓 선동에 더 큰 거짓말로 맞서고, "공정한 기회 따위는 없다"는 일침은 냉혹한 정치, 그 자체다.

그런데도 정작 '돌풍'을 쓴 박 작가뿐 아니라 설경구, 김희애 등 주요 출연 배우들까지 입을 모아 이 작품을 "현실 정치가 아닌 드라마 그 자체로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작가는 '돌풍'에 대해 "박동호의 '위험한 신념'과 정수진의 '타락한 신념'이 정면으로 충돌해 대한민국 정치판을 무대로 펼치는 활극"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돌풍'은 '나의 분노는 정당한가'라는 성찰에서 시작된다. '성찰 없는 분노'는 자신을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며 "'나 박경수의 분노는 정당한가?' 그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며, 부끄러워하며 써 내려간 대본"이라고 전했다.

설경구는 인터뷰에서 박동호의 비극적인 죽음이 특정 정치인을 연상시킨다는 질문에 "제가 만약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엔딩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라며 "박동호는 현실에서 연상되는 인물이 없는, 판타지적인 캐릭터라 생각하고 접근했다"고 말했다.

김희애 역시 "정수진은 가상의 인물"이라고 못 박았다. 김희애는 "저는 정치도 잘 모르고, 우리 드라마는 픽션"이라며 "한국의 정치, 현실이 너무 다이내믹해서 기존 사건과 인물이 많이 겹쳐서 연관 지어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극적인 스토리를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일 뿐"이라고 거리를 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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