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생활 커뮤니티 서비스 당근이 캐나다 전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국내 서비스 범위의 100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 중고품 거래 시장에서 정석으로 자리 잡은 하이퍼로컬(지역 밀착) 비즈니스 모델이 인구 밀도가 낮은 국가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당근의 글로벌 서비스 ‘캐롯(Karrot)’은 지난달 25일 캐나다에서 서비스 지역을 프랑스어권인 퀘벡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지금까지는 토론토, 밴쿠버, 캘거리, 에드먼턴 등 주요 도시에서만 캐롯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캐롯을 운영하는 당근마켓은 캐나다 이용자 수가 급증하자 서비스 지역을 대폭 늘렸다. 지난달 캐나다의 캐롯 가입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캐나다 애플 앱스토어 ‘소셜 앱’ 부문 인기 순위에서 페이스북을 제치고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근마켓의 성과는 해외 진출을 서두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근마켓은 국내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한 시점에 영국(2019년 11월)에 이어 캐나다(2020년 9월), 미국(2020년 10월), 일본(2021년 2월) 등 4개 국가를 동시에 공략했다.
대다수 해외 진출 기업이 첫 번째 해외 진출 국가에서 성과가 나온 뒤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창업자가 현지 사업을 진두지휘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당근마켓 공동 창업자인 김용현 대표는 2022년부터 캐나다에 거주하며 현지 사업을 챙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당근 같은 하이퍼로컬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해당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국민 정서를 충분히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캐나다에서도 ‘동네’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고 있다. 위성항법장치(GPS) 인증을 활용해 사용자를 동네 주민으로 묶었다. 익명 이용자의 거래 신용도를 보여주는 ‘매너 온도’(캐롯 스코어) 기능이 이용자 확보에 큰 역할을 했다. 사기 방지를 위해 인공지능(AI) 기술도 적용했다.
현지 사정에 맞게 국내 서비스를 변형하기도 했다. 이용자 간 거래가 가능한 거리를 늘렸다. 인구 밀도가 낮은 캐나다에선 최소 2㎞와 최대 50㎞다. 국내에서는 1~10㎞ 정도다.
당근마켓은 본사 인력을 캐나다로 추가 파견하는 등 현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챙길 계획이다. 황도연 당근마켓 대표는 “해외 시장은 성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끈질기게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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