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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전문 헤지펀드 힌덴버그리서치가 지난해 인도 굴지의 대기업 아다니그룹의 탈세·분식회계 등을 폭로한 사건이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폭로 보고서가 조작된 정황이 있다는 의혹을 인도 증권 당국이 제기하면서다. 힌덴버그는 인도 정부가 아다니그룹과 결탁해 사건을 왜곡하고 있다고 맞섰다.
인도 증권당국 "힌덴버그 보고서 조작돼"
힌덴버그는 지난 1일(현지시간) 자사 웹사이트에 게시한 성명을 통해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의 의혹 제기를 "인도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이 저지른 부패와 사기를 폭로한 이들을 침묵시키고 협박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SEBI는 지난달 26일 46페이지 분량의 '소명 요구서'를 힌덴버그 등에 보냈다. 요구서에는 힌덴버그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아다니그룹 관련 보고서가 "그룹에 대한 특정 사실을 고의적·선정적으로 왜곡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당시 힌덴버그는 보고서를 통해 아다니토털가스, 아다니그린에너지 등 그룹의 주요 상장사가 조세 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탈세와 분식회계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아다니 일가의 페이퍼컴퍼니가 횡령·돈세탁 등 범죄를 저지르고 있고 취약한 재무구조 등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아다니그룹 시가총액은 1530억달러(약 211조5000억원)가량 증발했고, 25억달러(약 3조4500억원) 규모의 주식 매각 계획도 무산됐다.
SEBI는 이 보고서 내용에 대해 "일부 사실을 강조하고 다른 사실을 과소평가하기 위해 추정과 추측에 의존했다"며 "증권시장에서 퇴출된 중개인의 의견을 인용해 인도 증권시장의 규제 체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었다"고 밝혔다.
'불법 공매도 공모' 의혹도 제기
SEBI는 힌덴버그가 미국 헤지펀드 킹던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불법 공매도를 공모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SEBI에 따르면 힌덴버그는 보고서가 발표되기 두 달 전인 2022년 11월 아다니그룹에 대한 보고서 초안을 킹던과 공유했다. 킹던은 그 대가로 아다니그룹 주식 공매도로 얻은 순이익의 25%를 힌덴버그와 공유하기로 합의했다.실제로 마크 킹던 킹던 캐피털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가 관리하는 펀드가 4300만달러(약 594억원)를 'K 인도 오퍼튜니티 펀드'에 넣었다고 SEBI는 밝혔다. 이 펀드는 1월10일부터 20일 사이, 즉 힌덴버그의 보고서가 공개되기 5일 전부터 아다니그룹의 주력 상장사인 아다니엔터프라이즈의 주가 하락에 베팅(공매도)해 2월 말 2200만달러(약 304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그리고 이 중 일부인 410만달러(약 56억원)를 힌덴버그에 반환했다는 것이다.
SEBI는 힌덴버그에 21일 내에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명 요구가 공식적인 법적 조치에 앞서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SEBI는 힌덴버그에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거나 아예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도 있다.
힌덴버그 "인도 정부와 아다니그룹 결탁"
힌덴버그는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아다니그룹에 대한 사기 혐의는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폭로한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다"며 맞섰다. 그러면서 아디니그룹과 SEBI의 유착관계를 의심했다. 아디니그룹을 이끄는 가우탐 아다니가 마디비 부흐 SEBI 회장을 2022년 동안 두 번 만났다는 인도 현지언론 힌두비즈니스라인의 보도를 근거로 들었다.
힌덴버그가 반박문을 내며 작년 아다니그룹 폭락 사태 이후 이에 따른 수익을 처음 공개했다. 힌덴버그는 아다니그룹에 대한 공매도로 얻은 총수익이 413만달러(약 57억원)라고 공개하며 당시 공매도 포지션이 적었다고 밝혔다. 힌덴버그는 410만달러가량이 '한 투자자와의 관계'를 통해 얻은 것이라며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킹던과의 거래에서 얻은 금액으로 추측된다. 아다니그룹의 미국 채권 공매도를 통해서는 3만1000달러(약 42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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