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고령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교통사고를 내면서 '면허 자격 논란'이 점화되자 "연령별로 일률적으로 면허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4일 밝혔다. 신체 나이를 고려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이 합리적이라는 시각도 드러냈다.
오 시장은 이날 채널A에 출연해 "연세를 드시면 반사신경이 조금씩 느려질 수밖에 없다"며 "70세라 해도 신체 나이는 40∼50대인 분이 계시고, 60대여도 신체 나이는 80∼90대인 분이 계실 수 있어 연령별로 일률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신체 나이를 면허 제도에 적용하는 방향으로의 개선을 언급했다. 오 시장은 "과학기술로 반사신경을 측정하는 기술을 적용해 적성검사를 강화하는 게 가장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대응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연령별로 면허 반납·조건부 면허를 논의하면 현실과 잘 맞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성검사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운전하며 갑자기 나타난 상황에 대해 얼마나 빨리 반응하냐를 측정하는 기술이 있을 수 있다"며 "스스로 운전 능력을 가늠케 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하면 어떨까, 간부회의에서 검토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밤 서울 시청역 부근 교차로에서 인도 돌진 사고로 16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의 나이는 68세로 확인됐다. 또 지난 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로 돌진해 3명의 부상자를 낸 운전자의 나이는 70세였다.
두 운전자 모두 사고 원인으로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고를 바라보는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면허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고 원인이 급발진이 아닌 운전 미숙으로 드러날 경우, 자격 유지를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9614건으로, 3년 연속 증가세와 맞물려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로 1년 전(17.6%)보다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고령자의 면허 박탈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만큼, 늘어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3년 19%다. 인구 비중과 사고 비중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고령자 운전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하려면 연령대별 운전자들의 주행 거리당 사고 건수의 차이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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