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반복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벌어진 파업에도 참았던 환자와 가족들이 '이젠 참을 수 없다'며 거리로 나왔다. 부산, 충북, 강원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아픈 사람이 치료받는 건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며 환자들의 목숨을 볼모로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벌이는 행위를 제한하는 법률 제정도 촉구했다.
환자단체는 시위에서 "아플 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며 "반복되는 의정 갈등에서 매번 백기를 든 정부를 경험한 의사 사회는 여전히 진료권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힘을 과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췌도부전증(1형 당뇨) 아이를 돌보는 박 씨는 "아픈 아이를 돌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까지 휴직했는데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며 허탈한 심정"이라며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들을 위한다고 했지만 언제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을지 모르는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불안하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는 정상 작동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련 입법을 국회에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사지 기형·지적장애 등을 유발하는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의 어머니인 김정애 씨는 울먹이며 "의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아이가 살아갈 수 있었는데 의사들의 장기간 파업으로 내일이 오는 게 두렵다"며 "의정 갈등 상황에서 환자가 볼모가 되지 않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영국에서도 의·정 갈등으로 의사들이 파업하지만, 중환자실과 응급실은 문제없이 운영된다"고 말하며 의료 현장에 돌아오지 않고 있는 의사들의 무책임함을 꼬집었다.
김 정책관은 이어 "아플 때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기만을 바라는 환자들 마음을 알기에 그 간절한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 의료계와의 대화 노력에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지난달 27일부터 개별적으로 휴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아산병원은 이날 진료 축소에 들어갔다. 고려대병원(12일), 충북대병원(26일)도 진료 재조정 및 휴진에 들어갈 예정이라 의·정 갈등은 더 장기화할 전망이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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