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루키 임진희 "저만의 골프로 미국서 빨리 우승하고 싶어요"

입력 2024-07-04 17:06   수정 2024-07-05 00:57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치열하게 부딪치고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우승하고 싶어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긴 무명을 딛고 6승을 보유한 스타가 됐다. 모두가 원하던 톱랭커 자리, 하지만 임진희(26)는 안주 대신 도전을 택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루키로 밑바닥부터 시작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4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임진희는 “미국 도전을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골프의 새로운 면을 알아가고 배워가는 매 순간이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미국에서의 상반기는 “B학점”

임진희는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스타다. KLPGA투어 데뷔 4년 만인 2021년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깜짝 우승을 거두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 맥콜·모나 용평오픈에서 우승하며 강자로 자리매김했고, 지난해에는 4승을 올리며 다승왕까지 거머쥐었다. 그리고 안락함이 보장된 KLPGA투어를 뒤로하고 미국 무대 도전에 나섰다.

미국에서의 첫 시즌, 지난달까지 10개 대회에 출전해 두 번의 톱10을 비롯해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LPGA투어 상금랭킹 20위, 신인왕 랭킹에서는 2위를 달리고 있다. 임진희는 “중간 정도, B학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새 환경에 아직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데다 우승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에 대회 마지막에 흔들리며 기회를 놓친 점이 아쉽다고 했다.

LPGA투어 첫 출전이던 1월 말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은 ‘중고루키’ 임진희를 각성시킨 무대다. 열심히 몸을 만들고 준비된 상태에서 나섰다고 믿었지만 첫 대회부터 예선 통과에 실패했다. 그는 “충격이 컸던 만큼 이 대회를 통해 얻은 피드백도 많았다”고 말했다.

우선 미국의 대회 환경이 녹록지 않음을 온몸으로 깨달았다고 한다. 달라진 잔디, 다양한 코스 세팅에는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지만 날씨, 바람의 변화가 복병이었다. “연습 라운드 때와 바람이 반대 방향으로 불었어요. 한국에서는 바람이 바뀌어도 클럽 한두 개를 바꿔 잡는 정도인데 미국에서는 웨지를 잡았던 곳에서 유틸리티를 잡아야 할 정도로 변화의 폭이 컸습니다. 코스 공략에 완전히 실패했고, 결국 커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야 했죠.”

임진희는 곧바로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는 훈련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유럽여자골프투어(LET) 대회, 대만여자프로골프(TLPGA)투어 폭스콘 챔피언십을 연달아 출전한 이유다.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빠르게 대응하고 판단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돌아온 임진희는 빠르게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2개 대회에서 30위 안팎에 이름을 올리며 숨 고르기를 한 그는 첫 번째 메이저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단숨에 리더보드 상단으로 뛰어올라 우승 경쟁에 나섰다. 최종 라운드에서 뒷심이 떨어져 8위로 첫 메이저를 마무리했다. 그는 “자신 있는 형태의 코스여서 내심 우승도 노렸는데 마지막 날 잔여 경기까지 27홀을 치르면서 체력 안배에 실패했다”며 “아직은 준비가 더 필요하고, 체력도 더욱 키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미국선 어린 선수 “도전 두렵지 않아”
LPGA투어에서 가장 즐거운 점에 대해 임진희는 “다시 어려진 기분”을 꼽았다. 그는 “미국에서는 30대 선수가 많아 저는 어린 선수로 분류된다. 처음 인사한 선수들에게 ‘(당시 나이인) 25세’라고 하니 ‘베이비 걸’이라고 반겨주더라”며 웃었다. 이어 “어려진 기분이 드니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세계 톱랭커들과 나란히 경쟁하는 경험도 즐기고 있다. 셰브론 챔피언십에서는 세계 1위 넬리 코르다(26·미국)와 같은 조에서 경기했다. 임진희는 “코르다는 비거리부터 아이언샷, 퍼트까지 모든 것을 잘하는 교과서 같은 선수”라고 말했다. 이어 “렉시 톰슨(미국)은 티샷 미스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만의 플레이를 하는 점, 애슐리 부하이(남아프리카공화국)는 비거리에 욕심을 내면서도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점이 본받을 만했다”고 평가했다.

그들과 경쟁하며 임진희는 “비거리보다 타깃에 정확하게 공을 보내는 능력이 더 중요하더라”고 강조했다. “미국 코스는 OB(아웃오브바운즈)가 없어 티샷이 자유로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경험해보니 자신이 노리는 지점에 정확히 보내는 능력이 중요했어요. 페어웨이에 잘 보내도 오히려 큰 나무 등 장애물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미국에서의 도전은 임진희의 골프를 더 넓고 깊게 만들고 있다. 그는 “제가 가장 자신 있는 샷이 80~100m 거리에서 웨지로 공을 띄워 붙이는 샷인데 코스 전장이 한국보다 훨씬 긴 미국 코스에서는 거의 사용할 수 없었다”며 “웨지로 정확하게 붙일 수 있는 거리의 범위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진희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우승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우승의 짜릿함을 맛봤기에 미국에서도 빨리 우승하고 싶어요. 타깃을 정확히 맞히는 ‘임진희만의 골프’로 우승을 거두면 신인왕에도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화성=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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