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닷컴 운영사인 부킹홀딩스의 글렌 포겔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지난달 2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부킹닷컴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며, 아시아 시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한국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성장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류 콘텐츠가 주된 협업 대상이다. 오스틴 셰퍼드 전무는 “K팝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콘텐츠가 됐다”며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포겔 CEO도 “조만간 서울을 찾겠다”고 말해 부킹닷컴의 한류 여행상품은 조만간 구체화될 전망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최근 빠르게 늘자 부킹닷컴은 관련 여행 수요를 흡수할 방안으로 한류를 활용하기로 했다. 부킹닷컴은 지난해 숙박, 항공, 메이크업 체험, 음악방송 방청권, 댄스 강습 등을 묶어 ‘얼티밋 K팝 익스피리언스’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당시엔 소수 인원만 뽑아 시험적으로 해봤다면, 앞으론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여행업계에선 예상한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한국 여행객을 위한 서비스도 확대한다. 부킹닷컴은 지난해 말 숙소, 항공, 렌터카, 액티비티 등 여행과 관련한 모든 것을 한번에 검색·예약할 수 있는 ‘커넥티드 트립’ 서비스를 한국에서 시작했다. 예약 횟수 등 실적에 따라 추가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부킹닷컴 멤버십 ‘지니어스’와 연계했다. 포겔 CEO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해 여행객에게 더 진화한 여행 계획과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부킹닷컴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여행 일정을 추천하고, 예약까지 대신해주는 ‘AI 트립 플래너’란 이름의 서비스를 한국에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4개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의 협력도 강화한다. 최근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호출 앱 ‘그랩’ 서비스를 부킹닷컴 앱 내에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그랩이나 현지 결제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부킹닷컴 내에서 그랩의 차량 서비스를 이용하고, 부킹닷컴에 등록된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아시아의 대표 여행 액티비티 플랫폼인 ‘클룩’에서 제공하는 여행 상품을 부킹닷컴에 연동하기도 했다. 셰퍼드 전무는 “현지 업체 등과 협력해 아시아·태평양에서만 2만4000개 이상의 여행 액티비티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항공, 렌터카, 보험 등 상품도 아시아에서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부킹홀딩스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OTA다. 3일(현지시간) 기준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328억달러(약 183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약 213억달러의 매출과 58억달러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암스테르담=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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