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2028년까지 ‘건식 전극’ 기술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건식 전극 기술은 기존 습식 코팅 방식보다 친환경적이고 생산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테슬라조차 중단한 ‘꿈의 공정 기술’이다. 공정 혁신을 통해 중국산 배터리와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전무)는 4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4분기 배터리 건식 전극 공정을 위한 시험용 공장을 완공하고,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 공정에 접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식 공정의 상용화 시점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건식 전극 코팅은 배터리업계에선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공정으로 불린다. 습식 전극 공정은 양극·음극에 액체 상태인 화학물질을 투입해 이를 200도 이상 고온에서 건조하기 때문에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건식 전극 공정은 전력 소비량을 약 3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 CTO는 “건식 공정을 통해 배터리 제조 비용을 기존 대비 17~30%가량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2019년 건식 코팅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맥스웰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하지만 본격 상용화에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건식 전극 공정을 ‘게임 체인저’로 평가한 폭스바겐도 상용화 시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보다 늦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이 원가 절감에 주력하는 이유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때문이다.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사진)이 이날 회사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배터리 1등 업체란 자만심을 버리고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사장은 “‘최고’라고 인정받던 기업들이 변화의 방향성과 속도에 맞춰 제때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큰 어려움에 봉착하곤 했다”며 “우리 역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시장을 선점했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프랑스 르노에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지 사흘 만에 쓴소리를 내놓은 것이다. 김 사장은 르노와의 계약에 대해 “공격적인 수주와 사업 확장을 추진하며 인력·설비·구매 등 분야에서 많은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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