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해 도로공간 재편 사업 예산은 69억원으로, 광화문광장 개편 사업이 한창이던 2020년 236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예산은 2021년 151억원, 2022년 117억원으로 하락하다 2023년 142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서울시는 1990년대부터 ‘걷기 좋은 도시’를 목표로 명동길, 인사동길, 덕수궁 돌담길 등을 차 없는 거리로 조성했다. 2013년 박원순 시장 때는 ‘보행친화도시 비전’을 선포하고 도로공간 재편 사업을 본격화했다. 차선과 폭을 줄이는 대신 보행안전시설,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PM)를 거치하는 공간 등을 조성했다. 보행 공간을 늘려 주변 차량 속도를 낮추고 사고 위험도 줄이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특히 광화문광장을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서울역에서 시청까지 이어지는 세종대로, 충무로, 창경궁로, 을지로 등 주변 도로공간을 줄이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자치구마다 생활도로(이면도로) 보행공간도 늘렸다.
그러나 최근 보행자 안전 예산 축소와 함께 도심 차량 통행량이 증가했다. 서울 도심 하루평균 교통량은 95만3000대(2022년)에서 지난해 97만4000대로 2.2% 늘어났다.
특히 최근 역주행 사고로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시청 인근 4차선 도로(세종대로18길) 현장도 재편 사업 대상이었으나 예산 문제와 행정 절차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는 2020년 한 차선을 줄이는 사업을 구상했고 2021년께 설계 용역을 마무리했지만 사업은 표류 중이다. 시는 이르면 내년께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창경궁로 등 다른 지역에서 먼저 공사를 하다 보니 예산 확보가 미뤄졌고 광화문광장 사업 때문에 이례적으로 투자를 많이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의 보행자 안전 관련 예산 축소와 정책 우선순위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전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최근엔 한강 지천 변 정비 작업이 더 부각되고 있다”며 “대중교통과 보행자 우선 도시를 조성하려면 프랑스, 영국처럼 혼잡통행료 등 가격 정책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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