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5억개 화장품 쏟아내는 'ODM 빅2'…아마존도 러브콜

입력 2024-07-04 17:55   수정 2024-07-11 20:28

중소 화장품업체 크레이버의 스킨케어 브랜드인 ‘스킨천사’는 올해 1~5월 매출 778억원을 올렸다. 반년도 안 돼 작년 전체 매출(669억원)을 뛰어넘었다.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크레이버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93개국에 진출했다. 전체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대표 제품인 ‘마다가스카르 워터 핏 선 세럼’은 지난해 글로벌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에서 선크림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을 작년의 네 배에 가까운 2500억원으로 예상한다.


마다가스카르 선 세럼을 만든 곳은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한국콜마다. 한국콜마는 크레이버의 의뢰를 받아 10개월간 연구개발(R&D)한 끝에 2022년 이 제품을 내놨다. 중소 화장품 브랜드 조선미녀의 ‘맑은 쌀 선크림’, 티르티르의 ‘도자기 코어 크림’ 등 해외에서 히트한 제품들도 한국콜마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K뷰티 열풍 이끄는 ODM 업체
한국 화장품의 위상이 높아지자 세계를 호령하는 화장품업체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스킨천사처럼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던 중소기업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 중 67.4%가 중소기업이 올린 성과였다.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성장 배경에는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자체 브랜드는 없지만 뛰어난 개발 능력과 제조 역량을 갖춘 전문 ODM 업체가 있다. 아이디어와 기획력만 있으면 자금력이나 마케팅력이 부족한 신생 업체도 코스맥스나 한국콜마와 손잡고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는 이탈리아 인터코스와 함께 세계 3대 화장품 ODM 기업으로 꼽힌다. 코스맥스는 국내외 공장에서 연간 최대 28억9900만 개, 한국콜마는 16억2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수십 년간 전체 매출의 5~7%를 R&D에 투자해 독보적인 기술력을 쌓았다. 코스맥스는 국내외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R&D 인력만 1300여 명에 달한다. 조지 리베라 한국콜마 미국 법인장은 “시장이 세분화되고 이름값 대신 성분과 리뷰를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 ‘가격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 ODM 업체 제품이 매출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고 했다.
◆“혁신 두려워 않는 게 큰 무기”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포착해 제품에 반영하는 것도 강점이다. 아마존이 최근 한국콜마를 먼저 찾아와 ‘아마존 K뷰티 콘퍼런스’를 열자고 제안한 것도 한국 ODM 업체의 상품 기획력과 제조 역량이 뛰어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화숙 아마존글로벌셀링코리아 대표는 “한국 ODM 업체는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가장 큰 무기”라며 “‘색이 더 옅었으면 좋겠다’는 고객 의견이 나오면 몇 달도 안 돼 이를 반영한 신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제품 개발과 생산 속도도 빠르다”고 했다.

경쟁력을 인정받은 덕에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고객사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콜마(국내 법인)는 전년(170곳) 대비 48.8% 증가한 253개 고객사와 신규 계약을 맺었다. 미국 등 해외 법인을 포함한 총 고객사 수는 올해 3700곳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맥스도 올해 글로벌 고객사가 작년(2685곳) 대비 19.2% 늘어난 3201개에 이를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올해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역대 최대인 2조1953억원, 2조4528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은 각각 1974억원, 1957억원으로 작년보다 70.6%, 43.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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