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당신만 모르는 IPO 기사 독해법

입력 2024-07-04 17:41   수정 2024-07-05 00:48

‘수요예측 대박…공모가 상단 뚫었다’ → ‘일반청약 경쟁률 1500 대 1 넘어’ → ‘상장 첫날 폭등’.

올해 되풀이되는 기업공개(IPO) 관련 뉴스 패턴이다. 한국 증시는 글로벌 시장에서 소외받고 있는데 IPO 시장만 딴 세상이다. 상반기 공모주 일반청약 시장에 209조원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무려 1610 대 1에 달했다. 유례없는 호황이다.

뉴스만 보면 IPO 시장에 뛰어들고 싶어진다. 신규 상장기업, 기관투자가, 개인투자자 모두 ‘윈윈’인 게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진실은 그렇지 않다. 공모주 광풍이 왜 한국에서만 벌어지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IPO 뉴스의 진짜 의미를 간파하지 못하면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엉터리 도매상들
주식시장을 백화점에 비유하면 공모기업은 신상품과 같다. 품질 테스트(상장 심사)를 거쳐 입점한다. 신상품 가격(공모가)을 결정하는 건 도매상(기관)이다. 이 과정을 수요예측이라고 한다. 주관사가 기관들이 제시한 공모가를 받아서 줄을 세우는 과정이다. ‘수요예측 대박…공모가 상단 뚫었다’는 뉴스는 공모주를 사겠다는 수요가 많이 몰렸다는 의미다. 미국이라면 ‘전문가들이 비싸게라도 사고 싶은 유망 공모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에선 정반대 뜻이 된 지 오래다. ‘시장 과열로 공모가에 거품이 끼었으니 조심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십중팔구 맞다.

미국의 수요예측 제도를 25년 전에 가져왔는데 껍데기만 비슷할 뿐이다. 우리 도매상 대다수는 상품 분석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 그런 곳이 2000개도 넘는다. 미국 수요예측 참여 기관보다 열 배 가까이 많은 숫자다. 미국 상장 주관사는 능력 없는 도매상을 자체적으로 수요예측에서 배제하는데, 한국에서 그렇게 했다가는 금융감독원의 불공정 조사를 받아야 한다. 기계적인 형평성 논리 속에 공모가 왜곡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공모기업이 제시한 공모가 희망 범위 상단과 하단의 중간에서 가격이 형성된 적은 전무하다. 엉터리 도매상들의 ‘묻지마 청약’ 결과다.
개미지옥 된 공모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왜곡된 수요예측 결과는 일반청약 흥행에 이어 상장 첫날 폭등으로 연결된다. 이런 소식을 전하는 IPO 뉴스는 ‘상장 직후 주가 폭락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실제 올해 상장한 29곳 새내기주의 첫날 주가는 공모가보다 평균 91.4% 급등했다가 한 달 안에 반토막 났다. 10곳 중 6~7곳은 공모가마저 밑돌았다. 첫날 공모주 수익률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1억원 청약해도 치킨값 벌기가 쉽지 않다. 되레 공모주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이 되기 십상이다. 개미지옥이 따로 없다.

우리 IPO 시장을 이렇게까지 망가트린 건 금융당국의 역주행 탓이다. 신상품 입점 전에 리테일(개인)에 물량을 푸는 나라는 한국과 홍콩밖에 없다. 3년여 전엔 개인 배정 물량을 되레 20%에서 25%로 늘렸다. 작년 6월에는 공모주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을 400%로 확대하며 이상 과열을 부추겼다.

백화점이 신상품에 죄다 바가지를 씌운다면 망하는 건 시간문제다. 겉만 번지르르한 IPO 시장이 한국 증시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이제라도 증시 밸류업 논의에 IPO 시장 정상화를 포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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