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되풀이되는 기업공개(IPO) 관련 뉴스 패턴이다. 한국 증시는 글로벌 시장에서 소외받고 있는데 IPO 시장만 딴 세상이다. 상반기 공모주 일반청약 시장에 209조원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무려 1610 대 1에 달했다. 유례없는 호황이다.
뉴스만 보면 IPO 시장에 뛰어들고 싶어진다. 신규 상장기업, 기관투자가, 개인투자자 모두 ‘윈윈’인 게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진실은 그렇지 않다. 공모주 광풍이 왜 한국에서만 벌어지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IPO 뉴스의 진짜 의미를 간파하지 못하면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수요예측 제도를 25년 전에 가져왔는데 껍데기만 비슷할 뿐이다. 우리 도매상 대다수는 상품 분석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 그런 곳이 2000개도 넘는다. 미국 수요예측 참여 기관보다 열 배 가까이 많은 숫자다. 미국 상장 주관사는 능력 없는 도매상을 자체적으로 수요예측에서 배제하는데, 한국에서 그렇게 했다가는 금융감독원의 불공정 조사를 받아야 한다. 기계적인 형평성 논리 속에 공모가 왜곡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공모기업이 제시한 공모가 희망 범위 상단과 하단의 중간에서 가격이 형성된 적은 전무하다. 엉터리 도매상들의 ‘묻지마 청약’ 결과다.
우리 IPO 시장을 이렇게까지 망가트린 건 금융당국의 역주행 탓이다. 신상품 입점 전에 리테일(개인)에 물량을 푸는 나라는 한국과 홍콩밖에 없다. 3년여 전엔 개인 배정 물량을 되레 20%에서 25%로 늘렸다. 작년 6월에는 공모주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을 400%로 확대하며 이상 과열을 부추겼다.
백화점이 신상품에 죄다 바가지를 씌운다면 망하는 건 시간문제다. 겉만 번지르르한 IPO 시장이 한국 증시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이제라도 증시 밸류업 논의에 IPO 시장 정상화를 포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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