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관리 정책은 최근 정부의 정책 엇박자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야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자 금융감독원은 이달 3일 전국 17개 은행의 부행장을 소집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금융당국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국민은행은 곧장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3%포인트씩 올렸다. 다른 은행들도 일제히 주담대 금리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오히려 가계대출 확대를 부추기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저금리가 연 1%대에 불과한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요건을 부부 합산 기준 1억3000만원에서 올 3분기 2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2억5000만원으로 추가 완화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저출산 극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지만, 신생아 특례대출로 인해 가계대출 급증 문제가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월 신생아 특례대출이 출시된 이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며 “신생아 특례대출이 서울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급증을 이끈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4일 시행을 불과 1주일 앞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 시기를 돌연 7월에서 9월로 미룬 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스트레스 DSR은 개인의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규제로, 정부가 앞장서 규제 강화 시기를 미뤄준 탓에 주담대 ‘막차’ 수요가 확대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대책이 시행되고 있고,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정책 간 엇박자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가상자산 관련 정책도 투자자 혼란을 키우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오는 19일 시행된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거래소가 파산해도 보호받을 수 없다. 증권사가 파산해도 보호받는 주식과는 다른 대목이다.
정의진/강현우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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