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핵심 관계자는 4일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에 이어 일괄·인적공제액을 상향하는 내용을 이달 말 세법 개정안에 담는 방향으로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세율이나 과표 구간 조정까지 일괄 추진하는 것은 야당 반발과 부자 감세 논란을 감안할 때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이 사실상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달부터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에서 상속세제 개편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초 거론된 개편 방향은 크게 △세율 인하 △과표구간 조정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일괄·인적공제액 상향 등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달 16일 한 방송에 출연해 60%(대주주 할증 포함)에 달하는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30% 내외로 낮추겠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밸류업 세제 토론회에서도 과세표준 금액을 구간별로 세 배씩 올리고, 최고세율을 현재 50%에서 30%까지 낮추자는 의견이 학계와 경제계에서 제기됐다. 현재 상속세는 과표구간별로 1억원 이하 10%, 1억원 초과~5억원 20%, 5억원 초과~10억원 30%, 10억원 초과~30억원 40%, 30억원 초과 50%의 세율이 부과된다. 1999년 세법 개정 이후 26년째 유지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율 인하와 과표구간 조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재부는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을 비롯한 상속세 선진화 방안은 내년부터 보완 방안을 지속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율 인하와 과표구간 조정까지 추진할 경우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속세는 1997년부터 28년째 일괄 공제(5억원)와 배우자 공제(5억~30억원) 금액이 유지되고 있다. 통상 배우자와 자녀가 있으면 10억원, 자녀만 있을 때는 5억원 이상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1억9773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서울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해도 상속세 대상이 될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지난해 전체 피상속인(사망자) 중 과세 대상자 비율을 뜻하는 상속세 과세 비율은 역대 최고인 6.82%에 달했다. 2022년(4.53%)보다 2.29%포인트 올랐다. 서울 지역은 15.0%에 달했다. 11년 전인 2012년(4.77%)과 비교해 세 배 이상으로 올랐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속세 개편 내용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경민/이광식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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