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은 역대급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증권사와 기관투자가(운용사·투자일임사) 사이에서도 “공모주 사업은 깔고 간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공모주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운용사는 공모주 펀드 출시를 시작으로 각종 펀드를 쏟아내고 있다. 개인보다 공모주 물량을 많이 받을 수 있고 수익률도 좋은 편이라 공모·사모펀드에서는 필수 펀드가 됐다.
이런 영향으로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이 2300여 개로 늘었다. 역대 최대치다. 올해 초 2000여 곳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상반기에 약 300개 기관이 늘어난 것이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의 공모주 자금이 쏠려 공모가를 끌어올리는 일도 다반사다. 상반기 HD현대마린솔루션, 그리드위즈를 제외한 27곳이 공모가를 희망 가격 상단보다 평균 23% 높은 가격에 확정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공모가를 희망 가격 상단보다 올린 기업이 33곳 가운데 8곳에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
그 여파로 상장 당일 주가가 치솟았다가 바로 거품이 꺼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상장한 새내기주 29곳의 주가 상승률은 상장 첫날 평균 91.4%를 기록했다가 1주일 후 60.9%, 한 달 뒤 35.5%로 급격히 떨어졌다.
상장 당시에는 관심을 받았다가 상장 이후 소외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한국 주식시장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모시장에 자금이 몰려드는 건 긍정적이지만 공모가가 부풀면 투자자도 손해고 기업과 주관사도 레퓨테이션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 기업들이 국내 상장 대신 미국 증시로 향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쿠팡과 네이버웹툰을 시작으로 야놀자도 나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카닷컴을 운용하는 호주 중고차업체 카세일즈홀딩스는 국내 공모주 시장에 대한 신뢰 부족을 이유로 지난해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규모가 크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은 적정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한국보다 미국 시장에서 상장하려는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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