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남아로 가족과 여름휴가를 다녀온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소변을 볼 때마다 따끔한 열감과 함께 이상한 냄새가 나는 듯한 불편함을 겪었다. 찝찝한 기분이 들어 근처 비뇨의학과에 내원했다가 요로감염을 진단받았다. 그는 "즐기러 간 휴가지에서 질병에 걸려 왔다는 점이 속상했다"고 푸념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수영장에서 장시간 물놀이를 즐겼던 것이 화근인 듯하다"고 전했다. 이 씨는 휴가 기간 대부분을 리조트에서 보내, 오랜 시간 동안 젖은 수영복을 착용한 채 지냈다. 고온다습한 외부 환경에 젖은 수영복까지 피부에 밀착돼 있던 바람에 박테리아 등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조건이었던 것.
요로감염은 여름 휴가철 가장 주의해야 할 질병으로 꼽힌다. 요로감염이란 소변의 생성과 배출을 관장하는 요로계가 세균에 감염돼, 염증이 생긴 것을 의미한다. 요도·방광·요관·콩팥 중 어느 신체 기관이 감염됐느냐에 따라 방광염, 요도염 등이라 부르고, 이를 요로감염의 하위 질병으로 분류한다.
신체 대사의 결과로 만들어진 소변은 신장에서 만들어져 요관을 통해 방광에 저장된 뒤 요도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대부분 세균이 요도를 따라 올라가 방광염(하부 요로감염)을 일으키며 방광에서 요관을 타고 신장에 이르러 신우신염(상부 요로감염)까지 발생할 수 있다.
증상으로는 빈뇨, 급박뇨, 배뇨통증, 하복부 통증이 나타난다. 신우신염의 경우 발열, 오한, 두통, 메스꺼움 등과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 진단은 환자가 느끼는 증상과 요검사를 통해 내린다. 이후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호전시킨다.
서영은 대동병원 비뇨의학과 과장은 "여름철 요로감염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땀 배출이 많아져 몸속의 수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라며 "소변이 농축되어 박테리아가 증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이어지면 감염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변의 냄새는 일시적인 경우가 많지만 지속해서 이어지거나 다른 증상과 동반된다면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비뇨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진단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요로감염과 마찬가지로 요로결석도 더울 때 더 많이 발생한다.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 소변에 박테리아뿐 아니라 칼슘, 요산과 같은 결정 형성 물질이 많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요로감염에 더해 결석까지 생기면 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게다가 결석은 5년 내 재발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치료가 어렵고 체외 충격파 등의 시술이 동반되므로 여름철 수분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여름철에는 하루 8잔 이상 수분을 섭취하도록 하며, 배뇨 욕구가 있다면 참지 말고 소변을 배출해야 한다. 소변 후에는 요도에 박테리아가 침투하지 않도록 잘 닦아 청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휴가철 수영장 이용 전에는 반드시 샤워한 뒤 입수하고 쉬는 시간 틈틈이 수분을 섭취하며 화장실을 자주 가도록 한다. 수영 후 젖은 수영복은 빠르게 갈아입어야 한다. 평소에도 꽉 끼는 옷보다는 통기성이 좋은 속옷과 옷을 착용해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을 억제하는 것이 좋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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