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시험관 시술 관련 규제 미비·관리 소홀로 여러 사회 문제가 나오고 있다. 호주는 기증받은 정자나 난자로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이를 낳는 사례가 많다. 한 남성의 자녀는 약 7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수백번에 걸쳐 정자를 기증했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호주 ABC 뉴스에 따르면 캐서린 도슨(34)이란 이름의 여성은 2015년 한 모임에서 자신과 너무 닮은 한 여성을 발견했다. 이후 두 사람은 친부가 수년에 걸쳐 정자를 기증한 사실을 알아챘고, 이복형제를 수소문한 결과 약 56명을 찾아냈다. 캐서린의 이복 형제는 최대 7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호주에선 불임 치료 병원에서 같은 남성의 냉동 정자를 이용해 여러 명의 체외 수정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호주에선 정자 기증자들이 기부 한 번당 약 10호주달러를 받고 여러 번 참여할 수 있었다. 캐서린은 "친부가 1983년부터 1989년까지 약 6년간 여러 이름으로 병원 4곳과 불임클리닉 6곳을 다녀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퀸즐랜드주 보건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전 동결된 정자 샘플을 감사한 결과 수천 건의 샘플이 잘못 수집됐거나 보관, 식별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에서는 신생아 18명 중 1명이 체외 수정으로 태어나는 등 시험관 시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퀸즐랜드는 지난 6월 보조 생식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여기에는 기증자의 임신 정보를 등록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섀넌 펜티먼 퀸즐랜드주 보건부 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트라우마와 고통은 접수된 불만 사항에서 입증됐다"며 "이러한 실수로 인한 가족에 대한 영향은 평생 지속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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