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 나타난 기부천사…"화성 화재 피해자 위해 써달라"

입력 2024-07-04 21:51   수정 2024-07-04 21:52


'경남 기부천사'로 불리는 익명의 남성이 최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피해자들에게 써 달라며 500만원을 기부했다. 이 남성은 2017년부터 해마다 어려운 이웃에게 성금을 전했다. 누적 기부액은 6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4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한 남성이 발신제한 번호로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를 건 남성은 "적은 금액이지만 화성 공장 화재로 피해를 본 피해자와 가족들의 조속한 일상 회복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나가 보니 이미 사무국 앞에 설치된 모금함에 손편지와 500만원을 들어 있었다.

이 남성은 편지를 통해 "화성 리튬 공장의 화재로 희생된 자국민과 이주민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라며 "만리타국에서 비보를 접한 가족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밉니다. 약소하나마 희생된 가족분들께 사용되길 바랍니다"고 적었다.

지난달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 내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난 불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재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화재원인에 대한 조사와 아리셀 관계자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남모금회 직원들은 이 남성을 '경남 기부천사'라고 부른다. 2017년 이후 연말이나 크리스마스, 그리고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어김없이 기부금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작년 튀르키예 대지진 당시엔 성금 300만원을, 같은 해 7월에는 호우 피해자를 위해 500만원을 기부했다. 연말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현금 5925만6320원을 두고 갔다. 이번에 전달된 성금을 포함해 누적 기부금은 총 6억1700여만원에 달한다.

경남모금회는 목소리, 글씨체, 편지 끝맺음 문구 등을 통해 동일인임을 확인했다. 경남모금회 관계자는 "사회적 재난에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는 고귀한 나눔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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