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명이 숨진 서울 시청역 차량 돌진 사고,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차량 돌진 사고를 낸 운전자들이 모두 사고 원인으로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국내에서 차량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접수된 급발진 신고 236건 중 실제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 현황을 보면 2017년 58건 , 2018년 39건 , 2019년 33건 , 2020년 25건 , 2021년 39건 , 2022년 15건 , 2023년은 24건 , 2024년은 6월까지 3건이었다. 평균적으로 매년 30건 가량이 급발진 의심으로 신고되고 있는 것이다.
피해 차량을 유종별로 분석한 결과 경유와 휘발유가 각각 78건과 73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전기차 33건 , LPG 26건 , 하이브리드 33건 , 수소 1건 순이었다. 특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보급 증가에 따라 신고 건수 또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7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에서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또한 급발진 사고로 의뢰된 사건 중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으로 신고를 한다고 해도 입증 과정이 까다롭고 입증 책임이 제조사 측에 없기 때문에 소비자 구제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게 윤 의원의 지적이다.
윤 의원은 "자동차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고 있어 결함을 소비자가 밝혀내기에는 어려움이 크다"며 "전문적인 분석을 위해 교통안전공사의 전문인력 보강과 함께 제조사의 협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 1일 밤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역주행 돌진 사고로 9명을 숨지게 한 교통사고 피의자 운전자는 사고 이후 줄곧 '급발진'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그는 전날 조사에서도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차량 상태 이상에 따른 급발진을 재차 주장했다.
또 지난 3일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에서 승객을 내려준 뒤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유턴하다가 보행자 3명과 차량 4대를 친 운전자도 경찰 조사에서 차량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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