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공적제도들은 과두제적 경영의 폐해를 방지하는 기능도 한다.”
2025년 6월 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한 수능모의평가 국어영역에서 수험생들에겐 생소할 수 있는 경영 관련 지문이 출제됐습니다. 수능에서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좀 더 심층적인 내용이 종종 출제됐던 만큼 기출 지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관련 개념을 확장해둘 필요가 있겠죠.
지문은 민주적 절차를 거친 정치조차도 결과적으로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떨까요?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가 기업의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밖에 없겠죠. 기업이 커질수록 의사결정권도 강력해집니다. 이러한 형태를 ‘과두제적 경영’이라고 지문은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사실상 과두제적 경영을 하고 있어요. 이른바 ‘재벌 경영’이라도 하죠. 다만, 재벌이 소유하되 전문 경영인을 고용해 맡기는 게 일반적입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거죠. 하지만 완전히 분리하긴 어렵습니다. 소유자이기도 한 경영인이 기업을 독점해 운영하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지문에서는 기업 전략 수립, 과감한 투자, 신속한 위기 극복 등에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소위 ‘기업가 정신’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엔 좋다는 얘기죠.
반대로 단점도 있습니다. 소수의 경영진이 회사의 이익보다 사익을 추구하기 시작하면 다수 주주의 이익이 침해받을 수 있죠. 경영 성과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분식회계’ 등이 있을 수 있어요. 또 기업의 돈을 빼돌리는 ‘횡령’, 기업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는 ‘배임’ 등이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보완 장치가 마련돼 있어요. 지문에서는 대표적으로 ‘스톡옵션’을 꼽습니다. 일정 수량의 주식을 계약 시에 정한 가격으로 미래에 사들일 수 있도록 하는 건데요, 그렇게 되면 경영자가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유리하죠. 1년 뒤 1주당 1만원에 1만 주를 살 수 있는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면, 주가가 오를수록 자신에겐 차익이 커지니까요. 사익과 회사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겁니다. 기업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경영 공시 제도나, 기업 이사회에 외부 인사를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사외이사제도 등은 모두 경영인의 독단적 의사결정이 가져올 폐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반대되는 의견도 있어요. 주주 자본주의에 입각해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주주가 아닌 근로자의 권리가 침해받거나 환경파괴를 야기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이것이 독일 등 유럽을 중심으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등장한 배경입니다. 기업이 기업을 둘러싼 사회 전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의죠. 그것이 결국 지속 가능한 기업 환경을 만든다는 겁니다. 겉보기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더 착해 보이지만, 이건 방법론의 차이입니다. 오히려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만 더 키워주는 꼴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습니다. 기업의 경영방식을 둘러싼 다양한 개념은 수능 출제 가능성이 꽤 높은 만큼 넓은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고윤상 기자
2. 투명한 기업경영을 위한 제도에는 무엇이 있을까.
3. 주주 자본주의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차이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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