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웨어는 20세기 초 미국과 유럽 노동자의 작업복에서 유래한 옷입니다. 실제 노동 현장의 위험 요소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튼튼한 소재를 사용했고, 장비를 수납하기 위한 여러 개의 포켓을 둔 게 워크웨어의 특징입니다.
과거에는 실용성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작업장 밖의 수많은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만나 현대식인 '제3의 워크웨어'로 해석되고 있는 거죠. 실용적이고 편리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테일이 더해져 아이템 하나만으로도 색다른 느낌을 쉽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성별이나 사이즈에 구애받지 않는 뉴트럴한 스타일로 범용성이 넓다는 점에서도 워크웨어는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한한 가능성'이 워크웨어의 매력이라고 합니다. 패션 트렌드가 포화 상태인 현재, 조합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은 2025년 봄 남성복 컬렉션에서 젠더리스한 방식으로 재해석 된 워크자켓을 선보였죠. 골반에서 크롭된 기장이나 허리 라인이 잡힌 워크자켓은 전형적인 남성용 워크자켓의 틀을 깼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디올 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킴 존스는 "여성복을 해체해서 남성복으로 재결합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막스마라 역시 2024 봄 컬렉션에서 작업복의 형태만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의복 자체에 대한 의미를 담아냈었죠.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의 농업 지원 부인회(Women’s Land Army) 여성들의 워크웨어에서 영감을 받은 셋업과 덩가리(데님의 일종)가 해당 컬렉션의 핵심입니다.
워크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패션 브랜드에서도 워크웨어를 테마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데요. 생활문화기업 LF가 대표적이죠. LF가 운영하는 헤지스의 유스 라인인 '히스헤지스'는 다양한 분야의 일터에 직접 찾아가 실제 일하는 이들의 워크 웨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콜라보 프로젝트는 망원동 로컬 카페 '비전스트롤(Vision Stroll)'과 한 것인데요. 헤지스는 바리스타 직업 특성을 섬세하게 고려하여 작업 시 편안함을 극대화하기 위한 워크셔츠와 티셔츠를 출시하기도 했죠. 오픈카라 반팔셔츠와 피그먼트 크랙 그래픽 티셔츠는 출시 이후 7일 만에 판매율 70%를 달성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고요.
특히 빈티지한 색감과 프린팅의 피그먼트 크랙 그래픽 티셔츠는 현재 LF몰에서 대부분의 사이즈가 품절이며, 히스헤지스, 비전스트롤 인스타그램을 통해 문의가 이어지자 회사 측은 리오더(재주문)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주목할 점은 고객층입니다. 히스헤지스와 비전스트롤 콜라보 컬렉션의 주 구매 고객 중 67%는 2030대로 집계됐거든요. 헤지스 관계자는 "비전스트롤은 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잘 지키고 있어서 지켜봐왔던 브랜드"라며 "동네 사람들이 편안하게 들릴 수 있는 공간인 비전스트롤과, 편안하고 캐주얼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히스헤지스의 지향점이 부합해 협업을 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헤지스가 지난 2월 초 출시했던 ‘프렌치 워크자켓’ 또한 출시와 동시에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며 2달 만에 5차 리오더를 진행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워크자켓이 기능성과 스타일을 겸비한 아이템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외에서 워크웨어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네요. 또 어떤 브랜드가 이색적인 디자인을 선보일지 지켜보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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