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보수당 집권 기간 악화한 경제 상황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해외 투자가 감소하고 유럽연합(EU)과의 교역은 급감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는 급등했다. 악화한 재정으로 공공의료가 붕괴 수준에 이르는 등 공공서비스의 질도 나빠졌다. 노동당이 제대로 된 친시장 정책을 펼치지 않는 이상 영국 경제를 되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동당은 키어 스타머 대표의 중도적 정책 전환으로 성공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노동당은 영국 에너지산업 국유화 정책, 대학 등록금 폐지, 초고소득자 소득세 인상과 같은 진보적 공약을 철회했다. 개인 소득세와 국민보험(NI) 요율, 부가가치세, 법인세 동결도 약속했다.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5%까지 증액하고, 이민자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급격히 오른 생활물가는 이번 선거의 승부를 가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2022년 10월 물가상승률이 연 11.1%에 이르렀고,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난방을 못하는 가정이 속출해 정부가 전국 3000곳의 대피소(warm banks)를 마련하기도 했다. 최근 물가 상승세는 둔화했으나 식품 가격은 2022년 초보다 25% 높은 수준이다. 기준금리는 16년 만의 최고 수준인 연 5.25%로 유지돼 주택담보대출 등의 이자 상환에도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보트 거주자, 스페인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나올 정도로 악명 높은 주거비 문제가 여전하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속도도 더디다. 싱크탱크 공공정책연구소(IPPR)에 따르면 민간 투자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해 작년 GDP 증가율이 0.1%에 그쳤다.
이민자 문제도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이민자를 줄이고자 브렉시트를 감행했음에도 2023년 합법 이민자만 68만5000명으로 브렉시트 직전인 2015년 33만 명의 두 배가 넘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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