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기판 깨뜨린 주성엔지니어링 "주성은 유리기판 만드는 기업 아니다"

입력 2024-07-07 11:09   수정 2024-07-07 11:10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지난 5일 주주간담회에서 기술 설명을 하던 중 들고 있던 유리기판 모서리가 부서져나가는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7일 회사측이 "해당 기판과 당사의 관계성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회사측은 이날 "주성엔지니어링은 글라스 및 웨이퍼를 만드는 기업은 아니며, 해당 기판을 이용하여 '전기적 특성'을 부여해 박막을 만드는 장비 회사"라며 "행사 때 보여드린 글라스는 임시로 사용하는 테스트용이고 검증된 글라스가 아니며 해당 글라스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기업도 아니기에 해당 기판과 당사의 관계성은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황 회장이 유리 기판 장비를 설명하기 위해 얇은 유리 기판을 손으로 잡았다가 모서리가 부서진 해프닝이었다. 이 사건으로 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전날보다 5.11%(1900원) 하락한 3만5250원으로 마감했다.

이 유리 기판은 반도체 중간 기판의 소재인 유기, 실리콘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칩과 기판 사이에 넣는 중간 기판인 '인터포저'의 소재로 유기나 실리콘을 사용할 경우 고온에 취약하고 제조 비용이 많이 드는 등의 단점이 지적됐었다. 유리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반면 깨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었다. 유리기판 증착장비 기술을 설명하던 주성엔지니어링 간담회에서 유리기판이 깨지는 해프닝이 벌어져 주가가 하락했고 이에 대해 "우리는 유리기판이 아닌 증착 장비를 만드는 회사"라고 해명한 것이다.

주주간담회에서 황 회장은 "유리기판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원자층증착(ALD) 장비 16종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1000도 이상 고온 공정을 거쳐야만 구현이 가능했던 3~-5족 화합물 반도체를 400도 이하 얇은 율기판 유리기판 위에서 양산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는데 기존 대비 10배 이상 높은 수율을 가능하게 한 건 우리가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3-5족 화합물 반도체는 실리콘 대신 주기율표상 3족과 5족에 해당하는 원소를 결합한 것이다. 물질의 특성상 공정을 미세화하지 않아도 전자 이동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성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기존에 쓰이던 4족 원소를 대체할 수 있는 재료로 손꼽힌다. 이를 활용한 공정 수율이 낮다는 단점을 지적받아왔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재료와 반응 가스의 흐름을 분리하는 TSD(시·공간 분할) 등 주성엔지니어링의 원천 기술을 적용해 수율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ALD 장비로 유리기판을 비롯해 여러 소재의 기판에서도 메모리, 비메모리를 쌓아올릴 수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황 회장은 "그동안 주성엔지니어링이 국내 메모리 반도체 회사에 메모리 제조용 ALD 장비만 납품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로직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 다양한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장비 판매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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