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릉강소특구 신약벤처 2곳 잇달아 임상 1상 승인…전임상지원플랫폼 성공 사례

입력 2024-07-08 09:02   수정 2024-07-12 17:30



홍릉강소특구 소속 바이오기업 2곳이 지난 달 나란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두 곳 모두 위험천만한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을 개발하는 곳이다. 임상 1상을 시작하기 전까지 임상 신청은 물론 자금 조달 등 고비가 많았던 기업이었다. 두 기업을 궤도 위에 올리는 데 든든한 뒷배가 됐다는 전임상지원플랫폼(HC-VIP)의 기획자와 운영위원을 최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임상지원플랫폼은 어떤 플랫폼


이우상 기자(이하 이) 전임상지원플랫폼에 대한 소개를 먼저 부탁드린다.

권정태 전임상지원플랫폼 운영위원회장(이하 권) 바이오벤처가 전임상 단계를 지나 임상단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서 지원을 해주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플랫폼 이름 때문에 꼭 전임상시험을 지원해준다는 것 같다.

전임상 단계에 있는 기업들을 넓은 의미에서 지원해준다는 의미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초기 바이오기업들을 살펴보니 부족한 게 비단 자금뿐만이 아니었다. 경영, 인사관리(HR), 내부통제, 기업설명(IR)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심지어 부족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전임상지원플랫폼은 전문위원단을 구성해 업체에게 필요한 진지한 ‘쓴소리’와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1상 IND 승인을 받은 트윈피그바이오랩과 큐제네틱스가 지원을 받아 고비를 넘긴 대표적인 기업들이라 할 수 있겠다.

임준현 패스파인더에이치 팀장(이하 임) 전문위원단으로서 기업과의 미팅에 참여해 느낀 점이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해당 기업 C레벨과 2시간씩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데, 이게 굉장히 값진 시간이다. 바이오기업의 성장과 생존은 연구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개발은 물론 규제, 재무 등 초기 기업의 경영자라면 낯설 수밖에 없는 내용들을 임상의나 대형 제약사 규제 전문가 등이 나서서 조언을 해준다. ‘초보’ 대표라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자리가 된다.

안대용 BDC엑셀러레이터 전무(이하 안) 초보 바이오기업은 아무래도 산업체라기보단 아카데미(학계)의 티를 벗지 못한 모습일 때가 많다. 아카데미와 산업체와의 간극을 좁혀주는 일을 우리 플랫폼이 하고 있다. 대학교 연구실이 아닌 최소환의 ‘기업’ 태가 나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지원 1년 만에 기업 2곳서 임상 1상 진입
최근 임상 1상에 진입한 기업이 잇달아 나왔다고 들었다.

맞다. 우리 플랫폼의 첫 성과여서 사실 세상에 너무 알리고 싶었다.(웃음) 지난해 우리 전임상지원플랫폼 도움을 받은 경희대 한의과대 교수님들의 창업기업 2곳이 지난 달에 연이어 임상 1상에 진입했다. 불과 1년 만에 우리 플랫폼 입장에서는 겹경사가 난 것이다. 두 기업 모두 전임상지원플랫폼의 지원을 받기 전엔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곳이라 더 감회가 크다.

어떤 기업인지 소개를 부탁드린다.

트윈피그바이오랩은 전임상지원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는 VC 및 외부 투자자로부터 지난해 시리즈 A 40억원 투자를 받은 신약벤처다. 고형암의 특정 항원을 표적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 펩타이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암조직을 둘러싸는 종양미세환경(TME)에서 존재하는 신규 항원을 조준한 신약이다. 이 신약은 암세포 내로 침투한 뒤 세포 내 ‘에너지 공장’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를 억제해 사멸을 유도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임상 1상 IND 승인이 다음 라운드 투자를 받기 위한 ‘마일스톤’(이정표)였나?

그렇다. 마일스톤을 충족했다고 보고 현재 시리즈B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하거나 공동연구를 하는 것을 차기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다수 제약사외 논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시리즈A 투자 당시 패스파인더에이치의 투자(10억원)가 마중물이 돼 다른 기관투자자의 유치도 이끌어 더 보람이 크다. 이어 큐제네틱스의 임상 1상 계획도 지난 달 식약처의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우리 플랫폼을 통해 3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은 초기기업인데 1년 만에 성과가 나왔다. 마찬가지로 우리 VC에서 마중물 투자를 했다. 큐제네틱스는 경구용 약물로 새로운 기전의 골다공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조골세포 분화 촉진물인 BMP2, Runx2의 발현을 자극하는 비공개 신규 표적 단백질을 노리고 있다.

트윈피그바이오랩과 큐제네틱스 뒤를 잇는 기업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나?

각 사 대표님들이 후배들을 이끄는 데도 열정이 대단하시다. 우리 플랫폼의 자문위원단에 참여해 후배 기업들을 위한 직언을 하고 계시다. 뒤를 잇는 기업들이 꾸준히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원 플랫폼, 전국구로 규모 키울 것"
전임상지원플랫폼 자문위원단의 원동력이 궁금해졌다. 2시간씩 기업과 논의를 하고, 또 이 논의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한 노력이 보통 노력이 아닐 것이다. 여기 참여하는 전문가분들은 어느 정도 규모의 리워드를 받는가?

금전적인 리워드보다는 플랫폼에서 참여할 때 얻어갈 수 있는 것들이 있도록 했다. 소정의 자문료를 지급하긴 하지만 자문료 때문에 운영위원들이 참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금전적인 리워드만으로는 우수한 전문가 풀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경험으로 미뤄 얻은 우리의 결론이다.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서로 만나는 장을 열어줬다는 것 자체가 이 자리에 오시는 분들을 위한 대체 불가능한 ‘리워드’가 된다.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고 배운다고들 말씀을 주신다. 열성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자문위원은 운영진 측에서 오히려 배제하고 있다.

우리 같은 기관투자자는 날 것의 업체를 초기에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것 자체가 ‘리워드’다. 특구에 소속된 70여개 기업을 대부분 미팅을 할 수 있었다. 앞서 말한 트윈피그바이오랩과 큐제네틱스에는 마중물 투자를 하기도 했다. 2시간씩 함께 이 기업에 대해 열의를 갖고 토론했던 전문가들과 투자 가부를 놓고 냉정하게 평가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포인트다.

액셀러레이터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도 손대지 않은 원석을 미리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체불가능한 리워드다. 우리의 니즈는 새로운 기업을 만나는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난 원석을 ‘투자 받을 만한 기업’으로 깎는 게 우리의 일이다.

자문위원단이 어떻게 구성되고 있나?

각 분야에 따라 자문위원 풀을 100명 넘게 구성했다. 이 자리에 오신 액셀러레이터나 벤처캐피털을 비롯해 자산운용사는 물론 임상의, 벤처기업 창업자, 제약사 임직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전임상지원플랫폼의 확장도 고민 중이시라고 들었다.

그릇 자체를 키우려고 하고 있다. 지금은 홍릉강소특구에 포함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전국 규모로 늘릴 계획이 있다. 전임상지원플랫폼이란 이름도 대중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다른 이름으로 바꿀 예정이다. 초기 기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을 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자발적으로 국내 바이오산업 육성에 기여하고 싶은 분들을 자문위원단으로 끌어들여 ‘맨파워’를 강화시킬 예정이다. 우리 플랫폼의 지원을 받아 기술특례로 상장하고 이어 글로벌 신약을 배출하는 날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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