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7.7% 고금리債…삼성전자가 상환 못한 '전설의 회사채'

입력 2024-07-24 17:52   수정 2024-07-25 09:21

이 기사는 07월 24일 17: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는 삼성전자는 연 7.7% 고금리 회사채를 아직도 전액 상환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채는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 발행한 채권이다. 조기 상환할 권리가 없는 만큼 채권을 아직도 갚고 있다. 이 채권은 삼성전자가 외환위기를 견뎌낸 배경으로 지금도 회자되는 전설의 채권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97년 발행한 양키본드 발행액 1억달러 가운데 2000만달러(약 258억원)를 상환하지 않고 남겨뒀다. 1997년 10월 2일 삼성전자는 미국 뉴욕에서 한국 민간기업 최초로 양키본드 1억달러를 발행했다. 양키본드는 미국 국적이 아닌 회사가 미국 시장에서 발행하는 달러표시채권이다. 이 채권의 만기는 30년이고, 금리는 연 7.7%다. 삼성전자는 1997년 양키본드를 10년 거치 20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발행했다. 이 조건에 따라 2008년부터는 매년 500만달러씩 원금을 갚아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 채권을 발행할 당시 한보와 진로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부도를 맞았다. 한국 기업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도 조달에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조달한 달러는 삼성전자가 외환위기를 견디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외환위기가 엄습한 1997년 말 삼성전자의 상황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당시 부채비율은 300%에 달했다. 그때 정부가 구조조정 대상 기준으로 설정한 '부채비율 200%'를 큰 폭 웃돈다. 외환위기 상황인 만큼 달러 등 외화자금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도 컸다. 당시 삼성전자 살림살이를 맡았던 최도석 전 삼성카드 부회장도 한 강연에서 “외환위기 때 은행에 자금을 빌리러 갔다가 거절당해 울면서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그 수모를 겪은 뒤 ‘다시는 은행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1997년 하반기 양키본드로 조달한 1억달러는 삼성전자가 외환위기를 견디는 데 상당한 힘이 됐다. 삼성전자는 2027년 10월 1일 양키본드를 완전히 상환할 때까지 원금과 이자비용을 투자자에게 지급할 전망이다. 앞으로 삼성전자 양키본드처럼 고금리 안전자산 상품이 다시 시장에 등장할지도 관심사다. 이 회사는 2001년 3월 3년 만기 회사채 1조원어치를 발행한 이후 자본시장에서 자취를 완전히 감췄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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