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오늘날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해지면서 일상식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삼시 세끼를 모두 차려 먹지 않는다는 점으로 특히 아침식사가 사라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아침식사 결식률은 2022년 기준 34%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아침을 거르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 부족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일상식은 점점 ‘간편함’과 동일시되고 있다. 1인 가구 뉴스레터인 혼삶레터가 20·30대 특화 리서치 플랫폼인 픽플리와 함께 전국 20~40대 1인 가구 자취생을 대상으로 음식 소비 습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식자재부터 손질해서 모든 것을 직접 요리하는 것이 집밥’이라고 정의하는 비중은 나이가 어릴수록 낮아졌다. 20대의 경우 통조림 햄, 참치캔, 즉석밥 등 가공식품을 활용하는 것까지 집밥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집밥의 기준이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일상식을 준비하는 데 들이는 힘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원 팬 레시피, 칼이나 불 없이 하는 요리가 인기다. 불 없이 어떻게 요리가 가능할까. 밥에 오이, 양파, 닭가슴살 또는 참치를 넣고 간장과 참기름에 비비는 식이다. 역시 불 없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샐러드도 많이 찾는다.
돈을 아끼기 위한 필살기도 주목받는다.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은 최소 주문금액에 맞춰 배달비를 아낀다. 문제는 최소 주문금액을 맞추다 보면 음식의 양이 너무 많아지고, 남은 배달음식을 냉장고에 쟁여두고 몇 번씩 먹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이때 구원투수가 바로 소스다. 남은 음식에 각기 다른 소스를 곁들이면 질리지 않고 여러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소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라면으로 즐기던 맛을 액상 소스로 출시한 제품이 인기인데, 소스 시장은 2조원대 규모인 라면 시장보다 성장세가 빠르고 확장성도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한식뷔페도 주목받는다. 한식뷔페 가격은 대부분 8000원~1만 원 정도로 짜장면값 평균이 7000원을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좋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직장인들은 한식뷔페 맛집을 서로 공유하거나 한식뷔페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직장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MZ세대도 집과 비슷한 분위기에서 익숙한 집밥 메뉴를 먹을 수 있어 한식뷔페를 선호한다. 메뉴 선택의 고민을 줄여준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한식뷔페는 가족이 일상적으로 식사를 즐기는 장소로도 확장되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3 뷔페식 음식점 관련 U&A 조사’를 한 결과 20대(92.8%)와 가족 구성원이 많은 30·40대(각각 88.0%, 86.0%)가 최근 1년 안에 뷔페식 음식점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형적인 집밥의 정의가 흐려지고 있다.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이들의 노하우가 발현돼 다양한 형태의 일상식이 자리 잡는 모양새다. 트렌드코리아팀과 배달의민족이 함께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상적인 식사에서 더 중요해진 것으로 음식 맛 다음으로 가성비와 간편함을 가장 많이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상식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소비자의 식탁이 바뀌면서 효율적인 끼니를 지원하는 시장의 성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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