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굿 바이든으로 남기 위한 굿바이

입력 2024-07-07 17:35   수정 2024-07-08 00:1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대 진영으로부터 ‘A·B·C·D 리스크’로 공격받아 왔다. 나이(Age), 경제정책(Bidenomics), 이민정책(Crossing border), 외교정책(Diplomacy) 모두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1차 TV 대선토론에서는 B·C·D 리스크까지 갈 것도 없었다. A 리스크에서 승부가 거의 끝나 버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골프공을 50야드까지 날릴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논쟁거리가 됐다. 토론을 주관한 CNN은 이렇게 평가했다. “바이든은 좋은 사람이지만 많은 사람이 그가 다른 선택을 하길 원하고 있다.”
토론 일정 앞당겼다가 역효과
세계 최강대국의 수장이자 핵가방의 주인인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는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다. 정작 본인은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인정하지도 않아 리스크를 더욱 키우고 있다.

그는 이번에 굳이 TV 대선토론 일정을 앞당겼다. 관례대로라면 TV 토론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한 후 열린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7월 15~18일, 민주당 전당대회는 8월 19~22일로 예정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이 6월 조기 토론을 먼저 제안했고, 이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수락해 이번 토론이 성사됐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지지율에서 뒤지고 있는 만큼 TV 토론에서 서둘러 반등을 꾀하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트럼프보다 토론을 잘한다’는 자신감도 반영된 듯하다.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급발진은 끝내 화를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를 이겼다”고 실언하는 등 머릿속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의원은 “준비에 과부하가 걸렸다”고 털어놨다.
허언 된 대권 승계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재선 도전 자체가 비판거리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3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나 자신을 가교 외의 어떤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가 되면 젊고 유능한 후배 정치인에게 자리를 넘겨주겠다는 이야기였다. 이랬던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수성에 성공하자 재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환영하는 민주당원은 47%에 불과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번에는 아예 당에서 후보 교체론이 공식적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하원의원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회람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도 물러날 의사가 없는 듯하다. 그는 “누구도 나를 밀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자신이 “40세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집 센(stubborn) 바이든이 사퇴하라는 압박에 저항할 것”이라고 한 영국 가디언의 예측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0년 정치에 입문한 이후 올해 대선 경선까지 선거에서 져본 적이 없다. 패배를 모르는 자신감은 아집으로 변질되기 쉽다. 어쩌면 그에게는 ‘A 리스크’ 보다 ‘S 리스크’가 더 클지도 모른다. 바이든 대통령이 과연 좋은 사람으로 남는 선택을 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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