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해상풍력 파워' 거세지자…"한국이 생산 거점 돼달라" 러브콜

입력 2024-07-07 17:43   수정 2024-07-15 15:53

글로벌해상풍력연합(GOWA)의 한국에 대한 ‘러브콜’은 삼고초려에 가까웠다. 출범 직후인 2022년 말에도 우리 정부에 가입을 권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덴마크 베스타스 등 풍력발전 기술에 특화된 글로벌 기업에 휘둘릴 수 있는 데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그러다 미·중 무역갈등이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확대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GOWA는 터빈, 타워, 하부 구조물 등 풍력발전의 주요 기자재 제작뿐만 아니라 기자재를 실어 나를 전용 선박이 필요한데 중국 외에 이를 공급할 곳은 한국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反중국 풍력동맹
7일 기준 GOWA의 정식 회원은 20곳이다. 덴마크 미국 영국 아일랜드 호주 독일 포르투갈 벨기에 일본 스페인 브라질 콜롬비아 노르웨이 루마니아 세인트루시아 파나마 네덜란드 등 17개국과 여기에 유럽집행위원회(EC) 및 호주 빅토리아주,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국가급 자격으로 가입했다. 오스테드, 베스타스, 람볼, 코리오, 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CIP), SSE리뉴어블스 등 해상풍력기업 6곳도 회원사로 참여 중이다.

표면적으로 GOWA는 세계풍력에너지협회(GWEC)의 하위 기구다. GWEC는 중국을 포함한 80여 개 국가와 1500개사에 달하는 기업이 가입한 해상풍력 분야 최상위 협의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GOWA의 출범은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이 탈중국이란 기치 아래 양분될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며 “우리 정부가 GOWA에 가입한다는 것은 사실상 중국 시장과의 결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치솟는 中 풍력 점유율
이 같은 결정엔 국내 해상풍력 시장마저 중국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윈드와 엔비전이 세계 풍력터빈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의 해상풍력 생태계는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에 기술력까지 갖추며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GWEC에 따르면 2021년 신규 풍력터빈의 53%가 중국산이었다. 지난해에는 65%까지 늘었다. 하부 구조물, 타워 등 각종 기자재를 합치면 중국의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중국의 기술력도 날로 발전하는 추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4월까지 중국은 풍력발전 관련 특허를 17만여 건 국제 출원했다. 풍력발전 강국인 덴마크보다 네 배 많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인 16㎿급 풍력 터빈을 개발하기도 했다.

중국의 해상풍력 ‘파워’는 한국 앞바다에서도 위력을 떨치고 있다. 전남 영광군 계마항에서 약 40㎞ 떨어진 안마도 인근에 들어설 사업비 2조5000억원 규모 낙월해상풍력발전단지만 해도 핵심 부품은 모두 중국산이다. 터빈 64기는 중국 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벤시스가, 해저 케이블은 중국 1위 전선업체 헝퉁광전이 공급하기로 했다.
풍력 파운드리로 거듭난 韓
GOWA가 한국을 ‘해상풍력 파운드리(수탁생산)’ 거점으로 낙점하면서 국내 발전, 조선, 철강 등 제조업 전반에 낙수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스타스가 지난해 9월 싱가포르에 있던 아시아·태평양본부를 한국으로 옮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베스타스는 풍력터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과 기자재를 한국에서 제조할 계획이다.

이번 동맹 가입으로 풍력발전업계는 수출에 날개를 달 것으로 전망된다. 회원국 간 협력으로 수주 경쟁에서 중국에 앞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해상풍력발전 사업의 국제표준을 한국이 주도할 가능성도 커졌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실장은 “GOWA 가입은 기업 차원의 협력에서 이제 국가 단위로 협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형 사업을 수주할 기회도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현우/김우섭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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