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러의 위험한 정략결혼

입력 2024-07-07 17:48   수정 2024-07-08 00:12

동북아시아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조약을 체결하자,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의 살상무기 공급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북한에 초정밀무기 공급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한·러 간 긴장이 고조하고 글로벌 안보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동맹 전문가인 브렛 애슐리 리즈 미국 라이스대 교수는 동맹을 ‘잠재적 또는 실제적 무력 충돌에 대응해 국가 간 군사협력을 약속하는 공식적 합의’로 정의한다. 무력 충돌 대응, 군사협력과 공식 합의라는 세 요건을 충족하는 북·러 조약은 동맹 조약에 해당한다. 조약 제4조에 따라 유엔 헌장 제51조와 북한과 러시아의 법에 준하여 자동 개입을 제한하기 때문에 1961년 동맹 조약과는 다르다는 의견이 있으나 동맹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유엔 헌장 제51조의 자위권을 언급한 것은 ‘방어적’ 외피로 포장하기 위함이다. ‘양국 국내법에 준하여’라는 표현은 동맹 조약에 자주 포함되는데 어느 국가도 국내법을 위반해 동맹국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각자의 헌법상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규정한다.

이번 북·러 조약은 1961년 조약보다 오히려 확대·강화됐다. 전쟁 이전 위협 상태에서 협상 통로 가동을 추가했다. 또한 종전 6개 조항을 23개 조항으로 늘려 경제, 에너지, 정보통신, 과학기술 등 포괄적·전방위적 협력을 명시하고 있다. 유효기간도 무기한이다.

북·러 조약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배경으로 체결됐다. 북한 무기를 확보해 조속히 전쟁을 끝내려는 러시아와 경제 원조 및 군사기술을 최대한 얻어내려는 북한의 실리적 이익이 일치한 결과다. 양국 모두 반미·반서방을 내세우고 있으나 각자의 지정학적·전략적 이익과 우선순위는 상이하다. 북·러 동맹을 공통의 가치와 목표가 결여된 정략결혼으로 보는 이유다.

궁극적으로 동맹의 지속성과 강도는 참여국의 안보 이익에 따라 좌우된다. 동맹은 위협 인식과 상황의 변화, 전략적 가치, 안보 부담의 공유 의지에 따라 진화한다. 탈냉전 때 조·소 동맹 조약이 폐기됐고 조·중 동맹 조약의 자동 개입 조항은 유명무실화했다. 더 중요한 것은 첨단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이다. 자동 군사 개입 약속이 어음이라면 기술 이전은 현찰이다. 핵, 미사일, 잠수함, 정찰위성 등 기술이 이전되면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이 위협받는다.

치열한 경쟁은 치열한 외교를 필요로 한다. 북·러 기술 협력을 일정 수준에서 제한하고 사태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다층적·복합적 외교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러시아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 특사 파견, 고위급 대화 등 소통을 통해 러시아의 의도와 전략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과는 공통 이해 분야를 확대해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중국은 북·러를 반미 연대에 활용하고자 하나 필연적으로 대북 영향력 감소와 한·미·일 연대 강화를 초래하는 북·러 밀착에는 소극적일 것이다. 1961년 ‘조·소 동맹 조약’이 체결된 지 불과 닷새 뒤에 ‘조·중 동맹 조약’이 맺어진 배경이 중·소 간 영향력 확대 경쟁이라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미 양국에서 기존 확장 억제 강화로는 북·러 동맹에 대처하는 데 미흡하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식 핵 공유, 잠재적 핵능력을 구비하는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해 한·미 협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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