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분기 예상을 웃돈 '깜짝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도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주가가 호실적에 힘입어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모바일 기기 출하량도 늘어날 것이란 데 의견이 모였다. 전문가들은 3분기 중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엔비디아 공급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봤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0만6000원에서 11만7000원으로 높였다. BNK투자증권(9만3000원→10만2000원), 하이투자증권(9만5500원→10만1000원)도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은 목표가를 12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전 거래일 종가(8만7100원) 대비 37% 이상 높은 수치다.
목표가 상향의 배경엔 깜짝 실적이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은 74조원, 영업이익은 10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31%, 1452%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8조3078억원을 25% 웃돌았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에 대해 "수량 보다는 가격 상승이 메모리 부문의 호실적을 이끈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요 고객사 태블릿에 탑재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출하량이 늘었고, 폴더블 스마트폰이 조기 출시되며 디스플레이 부문의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웃돈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대세로 떠올랐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오를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인공지능(AI) 칩 수주 경쟁에서 대응이 늦어지며 삼성전자는 글로벌 AI 열풍에서 소외되는 면이 있다"면서도 "일반 메모리 업황 회복, 비메모리 손익 개선 덕분에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매 분기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HBM 사업에도 낙관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차세대 HBM을 납품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글로벌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으로, 현재 삼성전자의 HBM3E(5세대 HBM) 8단과 12단에 대한 품질 테스트 중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분기 말 엔비디아에 HBM3(4세대 HBM) 8단 출하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HBM3E 8단 인증 결과가 나올 전망이며 HBM3E 12단 인증 결과도 3분기 말엔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HBM3E가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엔비디아는 내년 늘어날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HBM3E 구매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인 엔비디아 외 고객사에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고, 3분기 중 엔비디아 공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사들은 HBM 공급 업체를 늘리고 싶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44배"라며 "견조한 메모리 업황, HBM 신규 고객사 확보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동종 업체 대비 현저히 저평가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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