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장에도 몰아닥친 ESG…기업 인수 핵심변수로 부상

입력 2024-07-08 16:19   수정 2024-07-08 16:20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핵심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ESG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하고, 이를 활용한 기업평가 방법도 고도화된 덕분이다.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가 지난 6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2%의 M&A 전문가가 ESG 현안으로 인해 잠재적 인수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ESG 경영상 강점이 있는 대상에 더 많은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딜로이트는 1월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연간 수익이 5억달러(약 6950억원) 이상인 기업과 10억달러(1조3900억원) 넘는 자산을 관리하는 사모펀드의 M&A 전문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ESG 요소가 M&A 진행 과정에 점점 더 통합되고 있으며 대상 선정, 실사, 최종 의사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ESG 관련 정보가 폭넓게 제공되고 ESG에 대한 전반적 이해력이 높아지며 일어난 현상이라는 것이 딜로이트의 설명이다.
○M&A 앞서 ESG 평가 99%

응답자의 99%는 M&A에 앞서 해당 거래가 자사의 ESG 실적(포트폴리오 관리 전반)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측정한다고 답했다. 57%는 명확하게 정의된 지표를 사용해 이를 측정하고, 나머지 42% 응답자는 상황에 맞는 ESG 측정 방법을 이용한다고 했다.

ESG 평가에 대한 자신감도 크게 높아졌다. 잠재적 인수 대상의 ESG 현안을 정확히 평가하는 데 자신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높음’이 91%(매우 높음 28%·높음 63%)로 2022년 조사 결과인 74%와 비교할 때 17%포인트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타나이 샤 딜로이트 M&A 부문 ESG 리더는 “기업이 ESG 성과를 개선하려는 전략을 발전시킨 덕분에 기업과 사모펀드 모두 M&A 거래가 끝나기 전에 표준 절차로 ESG를 검토하는 빈도가 크게 늘었다”고 평가했다.
○72%, ESG 현안으로 인수 중단 경험
ESG 현안이 인수와 매각 결정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72%는 대상의 ESG 현안에 대한 우려로 잠재적 인수 진행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2022년 설문조사에서는 49%에 불과했으나 2년 만에 응답률이 23%포인트 높아졌다. 매각 상황 또한 마찬가지다. 매각 과정에서 ESG 현안으로 강제로 매각을 중단한 상황에 직면한 경험이 있다고 한 응답자는 66%로 이전 설문조사 결과인 33%와 비교할 때 두 배로 늘었다.

이와 관련해 브룩 티센 딜로이트캐나다 인프라 M&A 및 금융자문 파트너는 “거래를 포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며 “상업적 또는 운영상 우려가 종종 거래를 중단하는 요인이 되지만, ESG 현안은 점점 더 중대하게 고려돼 거래를 일시 중단하거나 종료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ESG는 거래 결정과 함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응답자의 83%는 높은 ESG 성과를 보이는 자산과 조직의 ESG 성과(일반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 자산에 최소 3%의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6% 이상 프리미엄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도 14%에 달한다.

반면 응답자의 1%만이 높은 ESG 성과에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전 조사 응답률이 8%인 것을 감안하면 대폭 하락했다. 추가로 응답자의 67%는 부정적 ESG 현안에 대해 최소 3%의 할인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전 조사에서 해당 항목에 대한 응답률이 27%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다수 M&A 전문가가 ESG 취약성을 기업가치 할인 요소로 적극적으로 포함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 응답자들은 기후변화가 비즈니스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포트폴리오에 속한 기업이 기후변화로 비즈니스에 영향을 받은 것을 목격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고 답변한 산업은 생명과학 및 헬스케어(53%), 금융 서비스(52%), 소비재(39%), 기술·미디어·통신(32%), 에너지·자원(28%) 순이었다.

인수 대상 기업의 ESG 성과가 저조해 거래를 중단하기로 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산업은 기술·미디어·통신(82%), 소비재(72%), 금융 서비스(70%), 에너지·자원(69%), 생명과학 및 헬스케어(63%) 순이었다. 끝으로 딜로이트는 보고서에서 “전반적으로 ESG는 M&A 과정에 그 어느 때보다 깊이 내재돼 있으며, M&A 전문가 사이에 ESG가 가치를 측정·보호·창출하기 위한 지렛대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ESG 데이터가 이제 더 잘 정의되고 포착되며 측정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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