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Newjeans) 하니가 일본 팬미팅에서 선보인 마츠다 세이코 '푸른 산호초(靑い珊瑚礁)' 무대의 여운이 이어지고 있다. 40년 전 향수를 자극한다는 중장년층의 호평과 함께 젊은 세대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국내 음원차트에서 순위가 상승 중이다.
'푸른 산호초' 음원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지난 6일 기준 149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828위였던 이 곡은 이틀 만에 일간 253위까지 순위가 급등한 데 이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끝에 100위권까지 진입했다. 검색을 통한 유입을 나타내는 '검색 인기곡'에도 이름을 올렸다.
'푸른 산호초'는 1980년대 일본을 강타한 메가 히트곡으로, 당시 18세였던 마츠다 세이코는 단발머리를 한 채 청량하게 노래를 소화해 큰 사랑을 받았다. '푸른 산호초'를 통해 그는 각종 신인상을 휩쓸었고,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플레어 롱스커트를 매치한 스타일까지 유행시켰다. 사실 일본인들에게 '푸른 산호초'는 하나의 인기곡이라기보다는 그 시대 전체를 떠올리게 하는 향수 그 자체다. 1990년대 경제 불황이 오기 전 황금기를 대변하는 분위기와 이미지, 감성을 곡으로 옮긴다면 그게 곧 '푸른 산호초'다.
하니의 무대는 4050 세대의 향수를 제대로 저격했다. 조회수 500만을 돌파한 해당 무대의 직캠 영상에 달린 댓글은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니가 "단 3분으로 40년 전 일본을 끌어왔다"는 것.
하니는 과거 마츠다 세이코를 무대에 올려다놓은 듯 단발머리 가발에 마린룩까지 착용했다. 콘서트 현장에서 일본의 유명 현대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62)가 '푸른 산호초' 무대를 보고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는 장면이 목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앞서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와 경영권 갈등으로 연일 대립각을 세우던 중 '개저씨(개+아저씨)' 등의 발언을 쏟아냈음에도, 하니의 '푸른 산호초' 무대는 아저씨 팬덤까지 흡수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당시 '푸른 산호초'는 X(구 트위터) 대한민국 실시간 트렌드 키워드에 올랐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X에서 '산호초' 키워드 언급량은 뉴진스 팬미팅 첫째 날인 지난달 26일 단 79건에 불과했으나, 이튿날 3585건으로 폭증했다. 같은 달 30일까지 2000~3000건 선을 유지하다가 이달 들어 100~200건 대로 떨어졌다. 공연 일주일이 지난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급량은 줄어들었지만, 국내 음원 차트 순위 상승 등으로 이어진 상태다.
특히 놀라운 건 4050 세대의 향수 자극을 넘어 그 시절을 모르는 젊은 층 역시 특유의 시대적 감성에 빠졌다는 점이다. 멜론이 집계한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 감상자의 연령 비율을 보면 20대가 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21%), 40대(20%), 10대(14%), 50대(11%), 60대(2%) 순이었다. 청취자들은 "팜호초(팜+푸른 산호초) 덕에 알게 된 보석 같은 곡", "내가 일본 노래까지 좋아할 줄 몰랐다", "일본인도 아니고 1980년대에 살지도 않았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왜 이렇게 내가 그 시대의 일본인이 된 것 같은지", "이런 느낌의 J팝 더 없나요", "일본 노래를 찾아보긴 처음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오리콘 뉴스는 "하니가 부른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 무대는 X(구 트위터)에서 일본뿐 아니라 한국 트렌드에도 오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면서 "대세 아이돌이 1980년대 아이돌 노래를 청량하게 부르고 환한 미소를 띄우며 객석을 감미로운 분위기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사실 뉴진스는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이 불거진 이후 이전보다 저조한 성적을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바다. '하우 스위트(How Sweet)' 앨범 판매량은 반토막이 났고, 미국 빌보드 '핫 100' 진입에도 실패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불식시키는 데 하니의 '푸른 산호초'는 큰 역할을 했다. 중장년 팬덤 유입이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면서 '신선함'으로 대표되는 팀의 색깔을 더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해당 무대를 직접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민희진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반향이 클 것이라 예상하긴 했지만 현장에서 마쓰다 세이코의 (전성기 시절) 응원법까지 튀어나왔을 땐 정말 놀라웠다"며 공연하는 나라에 대한 문화적 존중을 기반으로 한 무대였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관련뉴스